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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13화

[이란전쟁] 유가상승이 왜 달러패권에 도움이 되는가?

- Fed가 푼 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달러 환류의 마법

by 김창익

달러는 신비한 마법을 부린다. 돈을 마구 찍어내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달러는 아무리 사실상 거의 무한대로 찍어도 그 가치가 유지된다. 70억 전세계 인구가 대부분 쓰는 돈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으니까, 더 결정적인 이유는 달러가 가진 환류 체계 때문이다. 흔히 달러 리사이클링이라고 부르는 이 체계를 미국의 전 재무무 장관이었던 서머스는 신비로운 경로를 통한 공포의 균형이라고 했다. 그는 왜 달러 환류 체계에 공포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달러 환류 체계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미국을 빠져나간 돈이 미국 국채와 주식 등 자산 매입을 통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늘게 되고 자동으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어든다. 하지만 달러의 경우 이같은 자동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바로 달러 환류 시스템 때문인데, 이 때문에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를 세계 경제이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한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언젠가는 폭발할 수 밖에 없는 폭탄이다. 이 때문에 서머스는 공포의 균형이라고 했다. 달러는 미국 돈이지만 그 문제는 너희들의 문제라고 한 것도 서머스 였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달러는 미국 돈이지만 달러의 문제는 너희들의 문제라고 했다. 달러는 신비로운 경로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룬다는 게 그가 남긴 말이다.


달러 환류 체계가 만들어진 건 미국 자산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중동 산유국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짐작하겠지만 마법같은 달러 환류 시스템을 강화한 이도, 사실상 만든 이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다.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이 달러의 부도를 선언한 이후 달러 패권의 몰락을 막기 위해 사우디로 날아간 키신저는 사우디 정부와 달러 환류 체계를 위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석유를 달러로만 팔면 당연히 금고에 막대한 달러가 쌓이게 되는 데, 그 돈으로 미국 국채와 무기를 사면 안정적인 투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오일달러는 달러 환류 시스템의 엔진인 셈이다.


달러 환류 체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 경제, 또는 글로벌 경제가 안좋을 경우 Fed는 시중의 국채나 회사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월스트리트)에 돈을 푼다. 가계는 저금리로 금융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산다. 풍부한 유동성이 몰리며 집값이 오르자, 스미스는 차를 벤츠로 바꾸고 롤렉스 시계를 산다.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가 독일과 스위스로 빠져나간다.


비산유국인 독일과 스위스는 지중해 넘어 사우디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한다. 달러가 풀려 달러 약세가 되면 서서히 석유값이 올라, 사우디와 이란에 오일달러 잔고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수많은 왕자들은 돈방석에 앉아 수천억원 짜리 요트를 사고, 한병에 수천만원 짜리 와인을 마신다. 그래도 금고에 쌓인 달러를 주체할 길이 없다. 달러는 계속 약세가 되기 때문에 금고에 쌓인 달러의 가치는 시간이 갈 수록 떨어진다. 빨리 어떤 식으로든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그 때 왕자들의 눈에 들어오는 자산이 미국 국채다. 연 3~4%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은 오일달러의 가장 안전한 투자처다. 그렇게 달러는 다시 미국 재무부의 금고로 들어온다.

막대한 오일달러가 쌓이면 사우디 왕자들은 미국 국채와 미사일을 산다. 그렇게 오일달러는 다시 미국 재무부 금고로 돌아온다.


Fed가 푼 달러로 세계 경제가 다시 먹고살만 해지면, 미국은 금리를 올려 달러 환류 속도를 높인다. 그렇게 되면 달러는 강세가 되고 석유 가격은 떨어진다. 환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미국이 달러 환류 속도를 높이고 싶을 때 어떤 수단을 쓸까. 고유가는 달러 환류 속도를 높이는 가장 유용한 방법 중 하나다. 사우디 왕가가 주체 못하는 달러를 소비하는 방법은 아직은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 것 외엔 없다.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달러를 풀었다. 달러가 부도가 난 건 더이상 바꿔줄 금이 없어서였다. 막대한 달러를 다시 미국 정부의 금고로 돌아오게 하는 마법의 열쇄를 닉슨 정부는 고유가에서 찾았다. 사우디와 석유의 달러 결제를 합의한 직후 오일 쇼크가 온 것을 우연으로 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펜데믹 이후 Fed는 대략 5조 달러의 달러를 푸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2조 달러는 자산 매입을 통해 주로 기업(메인스트리트)에 풀렸다. 계획표 대로 나머지 3조 달러도 순차적으로 풀릴 것이다. 여기에 백악관이 1조~2조 달러 가량의 재정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GDP의 5%가 넘는 돈이 일시에 풀리는 것이다.


펜데믹이 종료되고, 실물경제도 어느 정도 회복되는 시점에 백악관과 Fed가 인플레이션을 막기위해 빠른 속도의 달러 환류를 고려하게 되면, 트럼프(바이든이 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게 될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지정학적인 불안은 유가 상승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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