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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12화

[이란전쟁] 아람코 드론폭격으로 누가 이익을 보았나?

- 아람코 상장 연기, 이란 공격 빌미...미국 방산주 폭등

by 김창익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폭격은 미국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인 불안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 수 있을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19년 9월14일 드론이 사우디 동부 부크야크 지역 석유가스공장과 쿠라이스 지역 유전 두 곳을 폭격했다. 공격 후 예멘 후티반군 대변인이 사실상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에멘과 피폭지역 거리가 1000km가 넘고 정밀 타격이 이뤄진 점을 들어 이란 배후설을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는 좀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2019년 11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란의 소행으로 단정했다.


어떤 사건의 법인을 가리는 데는 용의자가 그 범죄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정한 이익이 다면 가해자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의 소행이라면, 2015년 빈살만 왕세자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나 응징으로 볼 수 있다. 이익을 특정할 수 있고 자백까지 했으니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보지 못할 마땅한 이유는 없다. 미국의 주장대로 이란의 소행이라면, 이란은 당시 공격으로 어떤 이익을 볼 수 있을까. 빈살만 왕자가 저지른 시아파 성직자들에 대한 탄압을 응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아파 후티반군이나 시아파 맹주 이란이나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 대한 공격의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사우디와 서구 동맹국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은 2015년의 일로 4년 전이다. 묵은 감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시아파 사제들에 대한 피의 숙청도 수년전 일이다.


아람코 정유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한동안 차질을 빚었었다. 사우디 하루 생산량의 절반으로 글로벌 생산량으로 따지면 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폭격 이틀후인 9월16일 유가는 최대 19%나 폭등했다. 시장에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었다.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정작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아람코가 IPO를 앞두고 2019년 11월 공개한 실적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람코가 11월10일 발표한 투자안내서에 따르면 이람코의 3분기 순이익은 212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03억 달러)보다 30% 떨어졌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아람코가 정치적 리스크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경제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실적은 투자자들이 아람코를 둘러싼 리스크를 느끼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아람코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눈으로 확인된 것은 IPO를 앞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가치를 2조달러로 추산한 것과는 달리, 서구 언론과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들은 그 절반 정도라고 주장했다. 아람코의 상장이 달갑지 않은 미국의 입장에선 호재였다.


트럼프가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응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였다. 공격할 확실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오바마 전 정부가 체결한 미-이란 핵협정을 무참히 파기했다. 이로부터 증폭된 미-이란간 갈등은 급기야 2019년부터 크고작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5~8월 노르웨이와 일본 상선이 공격을 받았고, 미국이 이란이 서로의 상대의 드론을 격추했다. 영국의 유조선이 어뢰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즉시 이 또한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영국은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를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등 눈엔 눈 이엔 이 식으로 맞서면서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갈등이 악화됐다. 12월엔 이라크 친이란계 민병대가 미군기지를 공격, 미국인 1명이 사망했다. 미군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친이란계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습했다.


2020년 초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이 드론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내 쿠드스 부대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폭사시켰다. 사우디 드론 피폭 등으로 쌓은 명분을 십분 활용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폭격했다. 하지만 예고 공격으로 사망자는 없었다. 키사스 율법을 따름으로써 이란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미국과의 전쟁도 피하는 고육지책였다.

미국의 드론 공격에 폭사한 솔레이마니 관 앞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왼쪽 네번째) 등이 기도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폭사 후 눈에 띄는 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로 아람코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 점이다. 동시에 미국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폭등했다.



미-이란 핵협정이 핵억지력을 높이는 효과는 없고, 이란의 지위만 올려준 결과를 가져왔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트럼프는 이란과의 갈등을 요리하기 위해 프라이팬을 서서히 달구기 시작한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쓰는 사우디가 드론의 공경에 무방비로 당했다는 사실이다. 사우디는 막대한 오일머니로 미국 국채와 최첨단 무기를 어마어마하게 사들인다. 후티반군이이란이 소행이라면 날아가는 미사일도 맞춘다는 미국의 방어체제가 적어도 이들의 드론 공격엔 무용지물이었다는 얘기다.


사우디 정유시설 드론 피폭으로 적어도 두가지 사실이 확인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유가를 언제든 폭등 시킬 수 있다는 점과, 드론 공격 정도로도 언제든 사우디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미국이 같은 결과를 원할 때 얼마든지 활용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이란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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