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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11화

[이란전쟁]CIA의 눈에 MBS는 왜 양날의 칼인가?

- 2) 탈석유화, 중국 유화책으로 석유달러 시스템 위협하는 왕자

by 김창익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석유달러 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다. 석유달러 시스템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하루 1천만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구매력으로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VIP 중국이 위안화가 아닌 달러로 결제하는 건 외환보유와 달러 거래에 따른 이중 부담이 드는 일이다. 1974년 맺어진 계약이 석유달러 시스템을 받쳐주고 있지만 사우디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중국의 요구를 묵살하긴 힘들다. 중국이 러시아와 이란 등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국가들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탈석유화 산업의 발전으로 석유의 유용성은 갈 수록 떨어지고 있다. 당장 테슬라 마크를 단 자동차가 석유로 가는 차를 모드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석유 소비는 줄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갈 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석유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는 게 사우디로서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설 수도 있다.

무하마드는 부왕세자 때인 2016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상장을 공언했다. 탈석유화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는 비전 2030에 들어갈 자금 마련 차원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략 2조 달러 가치를 가진 세계 최대 석유기업의 상장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뉴스다.


세계가 아람코의 상장 뉴스에 주목한 건 이 회사가 석유달러 체제에서 갖는 역할과 의미 때문이다. 사우디는 GDP의 43% 가량이 석유 생산이고, 재정의 대부분이 아람코가 나는 세금에서 나온다. 인구증가와 유가하락으로 2013년 이후 사우디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람코의 상장으로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재원마련을 위해 아람코를 상장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석유달러 체제를 고려할 때 사우디의 아람코 상장은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는 어려운 프로젝트다. 유가는 석유의 수급이 기본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그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다. 기업공개(IPO)는 말그대로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황과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입김이 아람코의 석유 생산과 의사결정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떤식으로든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아람코의 상장을 달가워할 리 없는 이유다.


짐작대로 살만 왕은 아람코의 상장을 반대했다. 다시말해 아람코의 상장은 무하마드 왕세자의 사실상 독단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다.


석유달러 체제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의 입장은 미국의 그 것과는 당연히 정 반대다.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계 두번째의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는 아람코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줄일 수 있다면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부분적으로는 사우디 석유의 위안화 결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수용하면, 중동 지역 대부분의 산유국의 사우디의 뒤를 따를 게 분명하다.

세계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시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은 아람코의 상장 계획이 알려지자 마자 지분 인수를 위한 TF를 구성했다. 중국투자공사(CIC)와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중국공상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이 참여했다. 중국 정부는 아람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경우 상장 지분 전체(계획 당시 5%)를 모두 사들이겠다는 제안도 했다.


당연히 미국은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해 무하마드의 도발을 막는데 나선다. 일단 미국과 영국 등 유력 언론이 나서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축소보도 한다.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처음 추산한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10조달러에 달했다. 아람코는 사상 처음 재무제표 주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아람코의 추산 기업가치는 1조5천억달러 정도로 떨어졌고, 최저 4천억달러 정도란 추산도 있었다.


아람코는 결국 뉴욕이나 런던증시, 홍콩이나 도쿄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자국 증시에 지분의 1.5%를 공개하는 선으로 한발 물러났다. 물론 해외증시 상장 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건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든 상당기간 상장이 연기된 건 사실이다.


무하마드는 주식 공개 수를 최소화해 일단 주가를 끌어올리고 2차 해외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미국와 이란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아람코의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반면 미국 방산업체 주가는 급등했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이에 대해 무하마드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고려해 뉴욕증시 상장을 계속 원하고 있지만 뉴욕에 상장할 경우 9.11 유가족들이 사우디를 제소할 수 있고, 아람코가 OPEC의 석유카르텔 소속이란 점이 반독점 법 제소가능성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아람코의 뉴욕증시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라고 한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아람코의 홍콩증시 유치는 범죄인 본국 송환법 강행을 둘러싼 시위가 격화되면서 일단 무산됐다.

아람코의 홍콩증시 상장은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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