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교사가 되지 말라
Don't be a teacher
친구와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는데, 생선 구이가 너무 맛있어 보여 먹자고 했더니, 본인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두 번이나 병원에 간 이후로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교사가 되고자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나에게도 이렇게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늘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성경(Bible) 구절이 있었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줄 알고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 (야고보서 3:1)
게다가 웬만하면 비유로 말씀하시던 예수도 여러 번에 걸쳐서 직설적인 경고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 아니하며” (마태복음 23:3)
분명 이 말씀은 가르치는 자의 영향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고, 교사는 배우는 자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잘못 가르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된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언어 공부라>는 책을 쓴 롬브 카토(Lomb Kato)는 헝가리 인으로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였고, 20세부터 다양한 외국어를 배운 경험을 정리하였다. 그녀는 16개의 다중언어 구사자로 언어 통역과 번역의 일을 하면서, 85살의 나이에도 히브리어를 공부하다가,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교사의 중요성과 전문성에 대해 강조하였다.
인터뷰 질문: 왜 외국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나?
대답: 누구를 가르치려면 언어 전체를 통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위 수술을 자주 받았다고 해서 수술용 메스를 쥐어 주면서 남을 수술해보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다.
질문: 언어를 배우려면 소질이 있어야 하는가?
대답: 아니, 필요 없다. 순전히 흥미와 쏟아붓는 에너지의 양이 만들어낸 결과다.
본인이 영어로 말을 잘하거나 영어에 대해 안다고, 누군가를 잘 가르칠 수는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실제 본인의 영어 실력은 아주 기본적인 대화도 하지 못하는 정도인데, 누군가에게 영어를 가르치고자 하거나 또는 가르치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정말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분명 누군가는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5년 전에 갑상선 기능 저하로 분당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갔고, 초기였기에 약을 처방받아 진행 상황에 따라 약의 양을 줄여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좀 채로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자 의사가 하는 말이, 약을 식전에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계속하여 식후에 약을 먹도록 처방하였었다. 그렇게 의사의 작은 실수 혹은 무지로 인해 난 갑상선 기능을 아예 잃었고, 평생 신지로이드 약을 먹어야 되는 신세가 되었다. 초등교사였던 지인도 약사가 처방한 강한 항생제가 든 약을 먹고 나서 신장기능을 잃고 몇 년간 고생 끝에 결국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마가복음 5:26)
의사를 잘못 만나게 되면 아픔과 괴로움이 더해지고 돈도 허비되듯이 교사의 영향력은 중요하다. 마치 몸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여 실수로 오진을 하거나 혹은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 의술을 행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듯이, 영어 교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영어 교사를 만나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영어와의 관계가 악화된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혹시나 나도 그런 선생이 될까 늘 염려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시기가 되었다. 교생 실습을 나간 학교에서의 경험(40명의 인원, 쓰레기 장을 연상케 함, 목소리도 들리지 않음, 학교 시스템에 따라야 하는 등)을 통해 학교에서는 영어다운 영어를 가르칠 수가 없음을 느꼈다. 오랜 시간 고민을 하였던 이유는 나 자신을 잘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신 적이 있다는 지도교수님이 학교 교사로서 힘든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더니, 한 외국어학원을 소개하셨다. 그때부터 학생과 영어를 연결해주는 영어 중매쟁이의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일이 나에겐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는 것을 바로 느꼈다. 왜냐하면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즈음 영어와 별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에 온 학생들 중에 이러한 질문을 하는 학생이 가끔 있었다. “영어를 왜 배워야 하나요? 전 외국에 나갈 생각이 없는데요.”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나는 침을 튀겨 가며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에 대하여 설명을 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AI시대,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40년 전에 목에 걸린 가시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가시가 내 맘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래서 답을 찾기 위해 학원 탈출을 감행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