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학원 탈출

Big Data

by 영어 참견러

새벽에 바쁘게 출근하는 남편의 구두를 보니,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더러워져 있다. 회사에 가서 구두를 맡기라고 말했더니, 회사 구두닦이의 이야기를 해준다. 직원 수가 이천 명이 넘는 회사이고 대부분이 남자 직원인지라, 회사에 들어오면 일감이 많을 것을 예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이유는 바로 직원 대부분이 운동화나 단화를 신고 다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양복에 구두를 신고 다녔던 직원들의 복장이 수년 전부터 점차 평상복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그 구두닦이는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는 변화하고 있지만,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사업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망하게 되는 것이다. 구두닦이는 다름 아닌 5년 전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10여 년 동안 수지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에서 학원(교습소:1인 학원)을 운영하며 유, 초, 중, 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머리에 떨어진 빅 데이터라는 도토리로 인해 우물 안 개구리인 나 자신과 마주 대하게 되었다.


Big Data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을 계량화 또는 패턴화 할 수 있고, 빅 데이터라는 정교화하는 작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여러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교육에 이용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보 창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인간 개개인이 손작업을 통해 했던 일을 인공지능(AI)이 하면서 편리성과 정확성이 좋아지고 있고, 인간의 능력을 상상 이상으로 뛰어넘고 있다.」

빅 데이터는 학원이라는 작고 아담한 우물 안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었던 나에게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알람음(wake up call)이었다. 요나스 요나손(Jonas Jonasson)의 장편소설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자신의 생일 축하 파티를 앞두고,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양로원 창문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듯이 나도 나이 오십을 앞두고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알렌 칼손 할아버지의 마지막 거처가 양로원이 되라는 법이 없듯이 나도 학원이 내 마지막 거처가 되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물 밖에서 배워온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남아있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잘 가르치려는 생각이 있었기에 학원 탈출 시간을 조금 미루기로 하였다.


그 후 바로 발견한 곳이 『사이버 외대 테솔 대학원』이었다. 입학 설명회 참석 후에 서류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보러 가는 택시에서, 기사님이 “교수님이시죠?”라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나이로는 교수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제 학생이에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순간, 대학 졸업 후 학원 강사로 살아온 시간과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운 삶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날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이 확실해서인지 대학 입학 때보다 가슴이 더 설레었다.


인터뷰에서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있었는데, 미국인 교수와 여러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고 있었다. 한국인(누구신지 나중에 찾아봤는데 결국엔 모름)이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다가, 뭔가 어색한 질문을 하였는데, 나는 “Whatever, Whoever!”를 외쳤다. 내 경험이 무엇이든지(Whatever) 누구든지(Whoever) 나누기 위해 그곳에 지원했다는 뜻이었다. 나와 미국인 교수는 눈웃음으로 교감을 마쳤고, 합격을 확신하며 면접실에서 나왔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지 25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 토요일마다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즐거운 배움의 여정을 시작했다. 바로 빅 데이터 덕분이었다.


대학원에서의 매주 온라인 강의와 한 달에 두 번 정도의 화상 수업은 나름 쉬었고, 교수법과 듣고 말하기 지도 수업의 과제인 수업 동영상 촬영과 발표 그리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은 아주 실질적이어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던 과목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주말에 이어지는 콜로키움이라는 시간을 통해 다양한 강연을 통해 유익한 지식을 얻는 기쁨도 컸다. 게다가 학생 자치 활동인 연구회인 코티칭 연구회에서 회장을 2년간 맡아 대표 격으로 여러 학회와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나의 좁았던 견문이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학기에는 졸업 논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영어 일기 쓰기 지도를 하면서 궁금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 후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이동통신과 교통카드 등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하루 활동 스케줄과 이동 정보를 분석해 교통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활동 인구를 시간과 공간 단위로 분석해 도시 개발과 교통계획 수립을 위한 모빌리티 시물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앞으로 재난 대피, 관광, 상권, 환경, 질병 확산의 영향 등 인간 활동과 모빌리티가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아바타’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당장 세종시 스마트 시티와 부산 에코델타 시티의 교통계획에 활용된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서울 경제 2021년 6월 3일)


빅데이터는 계속 폭풍 성장을 하고 있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코로나 팬더믹(pandemic 전염병)을 겪으면서 이동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다. 반면에 이러한 빅 데이터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얼마나 쉽게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지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빅 테크(Big Tech) 기업은 이동거리뿐만 아니라 어디를 방문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각 계정에 있는 위치 설정으로 인해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국적, 성별, 나이, 직업, 종교, 관심사 등등 말이다. 또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 데이터를 이용해 필요한 시점에 안내 문자를 받게 되면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구매 정보가 빅 데이터 수집을 통해 어느 한 회사의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그 외에도 이미 각 나라의 정부가 인터넷, cc tv, 그리고 여러 인증과정을 통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되어 국민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유용하게만 사용된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으니 경계의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난 SNS 활동을 통해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자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빅 데이터는 내가 알던지 모르던지, 싫던지 좋던지 상관없이 이미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정체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 뿐, 이미 인터넷 사용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었고,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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