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be Chanel(워너비 샤넬)
카렌 카보 , 2010, 웅진싱크빅
'CHANEL'
조금 전 우연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먼지 가득한 책들 사이에 끼어있는 검은색의 얄팍한 책이 눈에 띄었다. 첫 페이지를 여니, <the gospel according to COCO CHANEL>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워너비 샤넬, 우아한 여자를 만드는 11가지 자기 창조법>이라고 적혀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읽은 이 책은 그녀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삶을 통해 무언가 교훈을 얻고자 쓴 자기 계발서의 느낌이 진하다.
샤넬(1883-1971)은 20세기 패션의 여왕이라 불렸고 화려한 인생을 살았다.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그녀의 삶은 인생의 온갖 역경을 거슬러 올라가 자기만의 패션을 빚어낸 창조자의 모습마저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코코가 있었으니 코코는 패션이라. 코코가 무리들에게 말하니, 패션은 단지 옷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은 하늘에도 있고 거리에도 있으매, 패션은 아이디어와 우리가 사는 방식과 일과 관련되느니라. 저 우아한 옷들은 코코가 만든 옷이니...... 코코의 진리는 최신유행의 그 어떤 것보다 항상 편안함을 느끼는 우아한 옷 몇 벌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하리라..... 코코는 살았던 것과 같이 우아하게 죽음을 맞았더라.
웃음이 나오면서도 샤넬의 존재가 이리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본 그녀는 인생 역경을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싸워 이긴 상으로 얻은 패션의 여왕의 왕관을 쓴채로 오랜 세월 영화를 누렸다.
김태경, 패션콘텐츠 기획자의 말을 인용한다면, 불우한 어린 시절과 볼품없는 외모의 샤넬이 '패션'이라는 세계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며 이룬 성과를 다룬 자아성찰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그녀의 삶에서 어떠한 아름다움이나 우아함이나 순전함 등의 여성성이라던가 철학적 심리학적 신앙적 교훈과 같은 그 어떤 것도 배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신이 부여해준 창조성을 타고난 한 인간으로서, 그 직관과 감각과 성실함 그리고 남성들의 권력과 돈과 성을 이용하여 패션이라는 터널을 통해 고속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것을 보면 보통 평범한 여인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카페 바리스타가 언제부터인가 친근한 목소리로 나를 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어제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A:쌤~~ 샘은 명품에 관심이 없어요?( 본인이 명품 반지를 하나 사고 싶어 고민 중이라면서...)
B: 음... 전혀 없진 않아요. 하지만, 소위 명품 브랜드를 바로 나타내주는 평범한 것은 사고 싶지 않아요.
A: 제가 보기엔 샘 사는 모습이 명품이에요.
B: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요^^
얼마 전 결혼 적령기를 둔 아들 친구가 프러포즈 선물로 여자친구에게 1000만 원가량의 샤넬 백을 대출을 받아 구입했다는 말을 듣고는 '미쳤다'라고 말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호기심이 생겨 소위 명품매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내 눈에는 그리 비쌀 이유도 없고 그리 이쁘지도 않은데, 가방 하나에 그러한 막대한 비용을 들일 이유가 있을까? 소유에 대한 자랑 혹은 자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고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기에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그 만한 가치 있는 제품으로 여겨지 지는 않는다.
나는 딸이 생일 선물로 사 온 샤넬의 대표적인 향수라는 no.5를 쓰고 있다. 하지만, 비싼 샤넬 백 대신 10만 원 대의 향수 정도는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는 이미 고인이 된 그녀의 마케팅에 계속 속고 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시대의 여성들이 샤넬 백을 비롯한 소위 명품에 대한 본능과 같은 소유욕을 이성의 힘으로 다스리면서, 코코 샤넬이 만든것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명품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