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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 독서법

필사하지 말고 초서 하라 김병완 지음

by 영어 참견러

선생님 신청하신 책 입고되었어요:-)


며칠 전, 아파트 내 도서관 부관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몇 개월 전에 주문해 놓고 잊었던 책인데 늦게 도착한 것이다. 세월에 잊힌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 듯 반가웠고 부관장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웠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정약용 할아버지가 말한 '초서'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보통 정약용 선생이라 불리지만 내게는 정 씨 집안의 족보에 있다는 조상님이기에 할아버지라 부른다. 정약용 할아버지의 영향인지 난 독서를 취미가 아닌 숙제하듯?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독서법에도 관심이 있어 지금까지 독서법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소장까지는 하고 싶진 않아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 달라는 말에 몇 권 주문한 책 중에 하나다.


저자는 퀀텀 리딩이라는 독서법으로 독서와 쓰기 지도를 하는 듯하다. 여러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처음부터 초서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혼동스러워 책 여기저기를 들추게 되었고 쳇 GPT에게 물어도 보았다.


필사와 초서의 차이는?

ChatGPT의 말:

좋은 질문이에요. **‘필사(筆寫)’**와 **‘초서(抄書)’**는 비슷하게 ‘글을 베껴 쓰는 행위’이지만, 목적과 방식이 분명히 다릅니다.

아래 표로 정리해 볼게요


구분:

필사(筆寫):글자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

목적: 원문 보존, 문체 익히기, 감성적 몰입이해,

예시명문, 성경, 시를 베껴 쓰며 감상·훈련책


초서(抄書): 중요한 부분을 발췌·요약하여 옮겨 적는 것. 핵심 내용을 요약하거나 재구성활용, 내용 정리, 연구 노트, 공부 기록핵심

정리하면, 필사는 그대로 쓰며 배우는 것,

초서는 요약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내 질문이 이어집니다.

정약용이 말한 초서란?

ChatGPT의 말: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정약용(丁若鏞, 다산)이 말한 **‘초서(抄書)’**는 단순한 필사나 메모가 아니라,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핵심 학습법이었습니다.

그는 초서를 **“책을 읽는 가장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보았습니다.

1. 정약용이 말한 초서의 개념


정약용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와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 등에서 “초서”를 자주 언급했습니다.그가 말한 초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을 읽되 반드시 초서를 하라. 초서 하지 않으면 책은 남의 것이요, 초서 하면 내 것이 된다.”즉,

읽은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비판을 덧붙이는 행위가 바로 초서입니다. 단순히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기록하는 독서법”**입니다.

2. 초서의 목적

정약용이 초서를 중시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목적 설명 이해의 심화

단순한 독서는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초서는 이해를 깊게 함. 기억의 강화. 손으로 정리하며 핵심을 추려내면 장기 기억으로 남음. 자기 사상의 형성. 남의 생각을 옮기되,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며 비판적 사고가 자람. 연구의 토대. 다산의 수많은 저서들은 초서 노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음


3. 초서의 방법 (다산의 실천)

정약용은 초서를 다음 단계로 실천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구절을 발췌, 그 옆에 자신의 생각이나 의문을 기록, 주제별로 노트를 분류해 체계화, 나중에 그 초서노트를 바탕으로 저술하였다. 그의 수천 권에 달하는 원고 대부분은 이런 초서 노트(抄書冊)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로 치면 **지식 관리 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의 원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4. 요약하면

정약용의 초서 = 남의 책을 빌려 자기 사유를 길러내는 독서법

필사(筆寫)가 ‘기억을 위한 베낌’이라면,

초서(抄書)는 ‘이해와 창조를 위한 요약과 비평’입니다.


이렇게 읽어보니, 내 다독 습관퀀텀 리딩, 초서는 독서 노트와 큐티, 숙독은 아침마다 읽는 성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로 독서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다양한 독서법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는 점에서 삽질의 효과가 조금은 있었나 보다. 하지만 AI 대에 이러한 초서 독서법과 노트(기록)하는 것이 효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든다. 포크레인으로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굳이 이러한 삽질이 필요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질문하면서도 한 두 줄이라도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 때)에서 시작해 순조 18년까지 약 18년 간 강진 유배지에서의 독서와 집필한 정약용. 재정적인 어려움과 육체적인 고통 그리고 폐족이라는 불명예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5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던 조선 후기의 대학자. 그의 이러한 성과는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뛰어넘어 자신의 생각정리와 지식 연결과 통합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운 덕분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책을 몇 권 읽지 않은 후손으로 좀 부끄럽고 죄송해진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이래저래 반갑고 고마운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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