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is Mysterious!
아파트 연습장 끝에서 가끔씩 열심히 채를 흔드는 젊은 여자분이 나를 알아봤다. 요가를 같이 하셨죠? 아... 네...
요즘 얼굴 인식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나: 레슨은 받고 계시나요?
몇 달을 지켜봤지만 통 늘지 않고 동일한 모습이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자분: 아니요... 2개월 받다가 6개월 쉬다가 한 달 받고 또 쉬고... 시간도 없지만, 도대체 프로가 지켜만 보고 가르칠 줄을 모르는듯해서 그만두고 요즘은 유튜브를 자주 봐요.
나: 보통 연습을 하면 실력이 느는데,,, 거의 똑같은 것 같아서요(너무나 솔직한 나)
다행히 인정하면서,
여자분: 맞아요. 통 늘지 않아요...
나: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영어를 20년 가르치다 보니 티칭 하는 법을 좀 알아서요.
여자분: 몇 년 치셨어요?
나:... 라운드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됩니다. 내년 2월이면 만 3년입니다. 보기 플레이어 정도예요.
여자분: 그게 뭐죠?
나: 72타 기준으로 18타 치는 거예요.
여자분:...
그동안 골프 참견을 좀 하긴 했지만, 이분은 골프에 대해 젼혀 모르는구나...
(나도 이 분의 이름도 모르고 중학생 아이가 있다는 것과 일하고 있고 그녀의 엄마도 교사라는 것만 알게됨)
잠시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을 보고는 바로 참견(똑딱이지만 손목을 사용해 연습)에 들어감 그리고 바로
퍼터까지 가르치려는데, 하는 말...
여자분: 이 구멍에 넣는 거예요? 그린까지 어떻게 갈지 막막해서 퍼터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왕초보를 데리고 갈 사람도 없을거구요...
나: 겨울 내내 열심히하면 내년 3월에는 머리 올리러 제..제가 데리고 갈께요!
다시는 골프 참견하지 말자고 결심을 했건만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ㅠㅠ
말 그대로 내 구력은 3년. 17년 전에 미국에서 남편과 잠시 핫도그 먹는 재미로 다닌 몇 개월을 합쳐 3년이 구력인 셈이다. 엄마가 요양병원에 있는 코로다 팬더믹 시기에 시작한 골프. 3개월 레슨은 내게는 천배의 인내의 시간이었다. 바로 손가락에 변형이 왔고 고관절도 아파서 레슨이 끝나자마자 그만두었다. 프로도 뭔가를 느꼈는지 더 하라는 말도 없었다. 그 후, 이 젊은 여자분과 마찬가지로 2번의 레슨 이후 독학골프를 하고 있다. 지금도 고칠 것이 많고 배우면서 연습을 하지만, 초보자의 마음과 상황을 잘 알기에 이렇게 가끔 본능적으로 가르치곤 한다. 참견이 좋은 일이라는 확신이 없음에도 말이다.
무엇보다 골프는 연쇄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기에 하나를 고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알기는 쉽다.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 아무튼 아는 듯하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갑자기 알게 된다. 잘 치다가도 못 치고 못 치다가도 잘 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래서 골프는 미스터리다. 그래서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라운드가 있으면 요가수업을 빠지는 내게
불만인 요가샘이 질문을 연속으로 날린다.
운동 1순위는 요가가 아니라 골프죠?
골프를 치기 위해 요가를 하시는 거죠?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점수 때문인가요?
나: (생각해보니) 골프는 전신 운동이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골프는 골병드는, 운동도 되지 않는, 사치 스프츠라는 말이 있으니까!
p.s. 요가는 스포도도 게임도 아닌, 그저 내 몸을 위해 고통을 참는 훈련일 뿐이에요 ㅠㅠ
요가 샘: 요가 십계명도 써 주세요~~^^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