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0>
북유럽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슬란드이다. 그중에서도 겨울의 아이슬란드가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겨울의 아이슬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밤하늘의 아름다운 오로라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환히 밝혀주는 신비로운 오로라를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대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할만한 폭포를 볼 수도 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한 신비로운 얼음 동굴 속을 탐험할 수도 있다. 세계 5대 온천 중 하나인 블루라군의 파란 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넓디넓은 허허벌판이나 산에서 나 혼자 전세 낸 마냥 신나게 와일드 캠핑을 할 수도 있다.
크루즈 승무원의 기항지 외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짧은 시간이다. 항구에서 편도로 한두 시간은 차로 이동을 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렇듯 아이슬란드의 모든 명소는 가볼 엄두도 낼 수 없는 곳들 투성이었다. 그런 현실을 너무 잘 알면서도, 내심 비슷한 것이라도 보고 싶은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북유럽 크루즈의 첫 항구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의 이사피외르뒤르
(Isafjordur, Iceland)
다소 어려운 이름을 한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북서쪽에 위치하는 커다란 반도 웨스트피요르드 (Westfjord) 안에 있는 아주 작은 해안 마을이다. 이 아담한 마을이 웨스트피요르드 안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며, 아이슬란드에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 마을이다.
배에서 바라본 이사피외르뒤르는 마치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싱그러운 대자연 속에 숨어버린 천연기념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을을 에두르고 있는 자연은 그 존재만으로 압도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갈 수 있는 Hornstrandir는 유럽에 있는 마지막 황무지 중 하나로 자연보호 구역이다. 높이 솟은 산맥과 험한 절벽이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곳이다.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겠지만, 역시 그런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익숙한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친구들이랑 마을을 산책하러 배 밖으로 나왔다.
항구에서 정말 하나도 멀지 않은 그 작은 마을은, 크루즈 승객들이 아니면 인기척조차 없을 것 같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 배어 있는 건물은, 그 옛날 척박한 무인도에서 삶을 일구어 낸 바이킹의 정신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세상에서 여기만큼 공기가 상큼하고 맑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기를 마시면서 내 몸이 정화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공기만 마시자니 아까운 마음이 들어, 우리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진짜 커피를 마셨다. 배안의 직원식당에 있는 커피라고 부르는 검고 쓴 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천상의 맛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이사피외르뒤르. 사람과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은 해안 마을만을 여행의 종착지로 정하여 머나먼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는 김에 렌터카로 들르는 경유지로, 크루즈 여행을 하는 김에 배가 들르는 기항지로,
그렇게 선택한다면 다시 가지 않을 이유는 없는 곳이다.
다음에 다시 갈 때는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무조건 하이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