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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n 17. 2023

경이롭다 = 놀랍고 신기한 데가 있다 = 알래스카 빙하

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4>



일반적으로 알래스카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빙하일 것이다. 이 빙하 탐험은 단연코 알래스카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빙하의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자태는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나의 글과 사진만으로 감히 그때의 감동을 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알래스카 자연의 경이로움을 공유한다.



허버드 빙하
(Hubbard Glacier, Alaska)



총길이가 122킬로미터 정도 되는 허버드 빙하는 북미에서 바다와 직접 접해있는 빙하 중 가장 길고, 가장 빨리 움직이는 빙하이다. 대부분 1미터 정도씩 움직이는데 허버드는 60미터 정도씩 움직이며, 무려 100년 동안 계속 이동하는 중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빙하를 보기 위해서는 선박이나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선박은 퀸 엘리자베스 정도 되는 거대한 크루즈선도 있지만, 작은 배를 타면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항공은 작은 경비행기 혹은 헬기를 이용해서 볼 수 있다.





선박의 경우 디젠천트먼트 만 (Disenchantment Bay)으로 들어가는 데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허버드를 향해 항해한다. 얼음들이 수면아래 있는데, 빙괴 (氷塊) 즉 빙산들이 분리하는 현상 중 하나로서 새로운 빙산이 갑자기 솟아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허버드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부터 놓쳐서는 안 된다. 매 항해마다 승객들이 있는 갑판은 물론 크루들만 갈 수 있는 갑판 또한 만원사례였다.





허버드를 처음에 봤을 때, 내가 숨은 쉬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숨 죽인 채 넋을 놓고 쳐다봤었다. 울퉁불퉁하게 험준한 형태를 한 파란빛을 지닌 빙하는 아름답고도 장엄했다. More than beautiful 이라는 말 말고는 뭐라고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경이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신비로운 자연현상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빙하가 규칙적으로 빙산을 분리하는 빙괴현상이다. 10층 건물 정도되는 커다란 얼음덩이가 쪼개지면서 바다로 떨어지는데, 그때 나는 소리도 어마어마하다. 포성 같이 우렁찬 소리는, 바다를 뒤흔드는 듯한 광경에 박진감을 더해주었다.


작은 배나 헬리콥터를 타고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더더욱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친한 손님이 빌려준 망원경으로나마 더 가까이 경험할 수 있었다. 존 아저씨는 잘 계실까 ㅎㅎ





허버드 빙하가 400년 정도 된 것 같다는 가설이 있다. 얼음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기에는 빙하의 이동이나 온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빙하의 맨 아래 부분을 400년 정도 되었다고 추측하는 과학자들이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가설보다 분명한 사실은, 허버드가 몇 살이 되었든 지금 이 순간에도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1895년부터 녹기 시작하면서 매년 25미터 정도씩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볼 때마다 매번 느낀 것이, 지금의 허버드가 다음의 허버드와 같을 리가 없기에 매 순간이 소중했고 떠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크루즈선은 보통 서서히 접근해서 돌아 나오는데, 그 모든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선수에서 선미까지 이동하며 함께한다. 즐거움도 아쉬움도 공존하는 시간이다.





크루로 일하다 보면 승객들이 부러운 순간들을 꽤나 경험하는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알래스카 크루즈 항해 중의 오픈덱이다.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적당히 차고 추운 공기를 즐기며, 오픈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의 수영장에 들어가 배영을 하며 알래스카의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고, 따뜻한 자구치에 들어가 마운틴뷰를 즐길 수도 있다. 선베드에 다리 펴고 앉아 독서를 할 수도 있고, 드러누워 낮잠을 청할 수도 있다. 오픈덱을 걸어 다니며 산책할 수도 있고, 땅따먹기 같은 게임을 하며 놀 수도 있다.





알래스카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쾌적하고 호화로운 크루즈선에서 만끽한다. 말로만 들어도 행복하지 않은가.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배의 챔피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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