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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n 24. 2023

크루즈 없으면 안 돼요,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5>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아이시 해협)
(Icy Strait Point, Hoonah, Alaska)



제목 그대로다. 지역이라고 하기에도 항구라고 하기에도 규모가 작은 이곳은, 크루즈만을 위해 존재하고 크루즈 덕분에 먹고사는 사유지이다.


항로를 보면서 처음 이곳의 이름을 봤을 때 뭔 이름이 이런가 하기도 했다. 아이시 해협에 근접하여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아이시 해협 지점)라고 이름 지은 것인데, 지역으로 치자면 알래스카의 후나 (Hoonah)라는 작은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 곳이다.



해변가 산책하면서. 참 조용~하다 ㅎㅎ



후나 토템 (Huna Totem Corporation)이라는 마을 기업이 있다. 이름 그대로 후나 마을과 관련된 원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는 알래스카를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마을 기업이다.


이 기업은 알래스카 원주민 토지청구와 관련된 오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1971년 제정된 해결법 중 하나로서 설립된 기업이다.


1996년 후나 토템이 이 장소를 구매했고, 2004년 처음으로 크루즈선의 기항지로 사용되었다. 이후 2008년까지 이 크루즈 사업은 후나 고용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여름에만 73척의 크루즈선이 오가게 되며 지역경제의 절반 이상에 기여했다.


2016년에는 플로팅 독 (Floating Dock)을 완성했는데, 크루즈 사업을 시작하고 12년이 지나서야 항구 같은 것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플로팅 독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물에 떠 있는 선착장으로, 한강 유람선 선착장 같은 것을 조금 더 크고 길게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생기기 전에는 육지 가까이에 닻을 내리고 물에 떠 있는 앵커링 (anchoring)을 하여, 크루즈선에서 작은 구명보트를 이용하여 육지로 이동하는 텐더링 (tendering)을 했던 것이다.



텐더링 서비스가 가능한 선착장이자 레스토랑 및 기념품 가게가 있는 건물 (출처: OnlyInYourState, oeg)
2016년 완성한 플로팅 독 (출처: MapTripping)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지도. 진짜 이게 다이다 ㅎㅎ



크루즈 사업은 계속 호황이었다. 2019년에만 무려 137척의 크루즈선 정박이 예약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한국은 모든 항구를 통틀어 37척 정도 됐을까 생각하면 굉장히 큰 숫자이다.


나도 이해에 아이시 스트레이트에 갔다. 긴 시간 외출할 수 없어 매번 항구 근처를 산책하거나 간단히 바깥 음식을 즐기는 정도로 끝났지만 말이다.


항구 근처 해변가를 산책하든, 항구 건물에서 알래스카 생맥주를 즐기든, 15분 정도 해변가를 따라 걸으면 나오는 로컬 식당에 들어가든, 어디서나 우리 배에서 내린 승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정말 규모가 작은 곳이다.



항구에서 벗어나 해변가를 따라 걸어가면 있는 단 하나의 로컬 식당. 모두 우리 승객들이다 ㅎㅎ
항구에 있는 야외 레스토랑 테이블. 앉아 있는 내내 우리 승객들이든 직원들이든 인사하고 지나갔었다 ㅎㅎ



항구 자체는 작지만 투어 하기에는 꽤나 괜찮은 곳이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짚라인 투어이다.


짚 라이더 (Zip Rider)라고 하여 험준한 알래스카 지형을 짚라인으로 즐기는 것이다. 항구에서 리프트를 타고 산정상으로 올라가면 짚라이더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에는 6개의 라인이 평행하게 만들어져 있어 같이 간 가족이나 친구와 동시에 즐기는 게 가능하다. 플랫폼에서 해변가로 하강하는 데까지의 길이는 1.6킬로미터로, 시속 96킬로미터로 약 90초간 하강한다.


투어마다 약간씩 다른데 가격은 대체적으로 150~200달러 정도이다. 90초에 그 가격이면 비싸지 않나 싶어, 뭐든 직접 경험하자 주의인 나도 한 번도 해볼 생각을 안 했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한번 할 때마다 3~4번 정도 아이시 스트레이트에 정박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짚라이더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의 침 튀기는 흥분의 감상평을 들으면서 다음 알래스카 크루즈에는 나도 꼭 해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언제 그 기회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카르페디엠인 것이다.



(출처: Zip Rider)
(출처: Icy Strait Point, Flickr)



두 번째는 생생하게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해양생물 투어이다.


개인적으로 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알래스카만의 해양생물이라면 다른 얘기이다. 스파스키 강 (Spasski River Valley)에서 해안불곰을 찾아다니다 보면 대머리독수리도 나타난다. 고래투어보트를 타고 나가면 한두 마리, 운이 좋으면 떼를 지은 혹등고래를 만날 수 있다.



(출처: Shore Excursions Group, Thingstodopost)
(출처: ViaTravelers, Shore Excursions Group, Alaska Shore Excursions)



작은 항구이지만 크루즈 관광지로서의 매력 어필포인트는 충분한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호황인 크루즈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두 번째 플로팅 독을 계획하지만, 전 세계를 뒤흔든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선착장을 완성했다. 아직 코로나로부터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못한 듯하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에서 꼭 가봐야 할 52곳 (52 places to visit in 2022)에 뽑혔던 만큼 더 많은 크루즈선들이 기항하게 되리라 믿는다.


나도 언젠가 다시 아이시 스트레이트에 가서 짚라이더도 하고 흑동고래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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