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6>
수차례 알래스카 크루즈를 하며 7개의 도시에 정박했고, 2개의 빙하와 피오르드를 지났다. 그중 다시 가고 싶은 5곳을 꼽았고 그중 마지막 기록이다.
케치칸
(Ketchikan, Alaska)
케치칸은 1900년에 세워진 알래스카의 가장 오래된 통합도시로, 알래스카의 첫 번째 도시이다. 현재 평균 8천 명 정도 되는 인구인데, 낚시꾼과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에는 1만 5천 명 정도로 인구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케치칸에는 다른 이름도 있는데, 바로 세계의 연어 수도이다. 시내 입구에 커다란 간판에도 케치칸 깃발에도 연어 그림을 박아놓을 정도이다. 이는 통가스 국유림 (Tongass National Forest)의 중심, 즉 킹 살몬, 실버 살몬, 핑크 살몬 등의 서식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어의 풍족함은 케치칸의 초기 정착민을 끌어들였고, 현재까지도 어업은 이 도시의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에는 시간적으로 기회를 만들 수 없었지만, 낚시를 경험한다면 이왕이면 어부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케치칸에서 하고 싶다.
알래스카에서 연중 연어와 넙치를 잡을 수 있는 곳은 케치칸과 싯카, 이렇게 두 곳이다. 이는 연중 온화한 날씨 덕분인데, 실제로도 케치칸은 북미에서 연어 생산성이 가장 뛰어나다.
케치칸에는 500명 이상이 보트를 보유하고 있어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원하는 만큼 보트를 빌리는 것이 수월하다. 낚시 도구가 없어도 대여가 가능하고, 낚시 경험이 없어도 가이드가 도와주는 체험코스도 있다. 낚시꾼한테 솔깃할만한 상금이 걸린 낚시 시합도 연중 개최한다.
다음에 가게 되면 낚시 전용 보트를 빌려서 아주 큰 연어를 낚아 훈제로 만들어 한국에 가져오고 싶다. 연어 낚시 사진을 보여주며 주변에 자랑하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ㅎㅎ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물 위를 떠다니는 보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보내는 평화로운 시간. 알래스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 내가 잡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연어와 넙치.
가히 Fisherman’s Paradaise라고 할만하다 ㅎㅎ
케치칸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단연코 시내 근접성이다. 크루즈승무원에게는 기항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더라도 가까이에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바다낚시는 못해도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누군가가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낚시체험에 쓰고 싶었던 돈을 아쉬운 마음에 가까운 기념품 가게에서 다 써버릴 수도 있다.
하든 안 하든 가까이에 뭔가 있다는 것이 뭔가 모를 안도감과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ㅎㅎ
매번의 기항마다 2~3시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런 근접한 시내 환경 덕분에 친구들과 잠시라도 육지의 즐거움을 만끽하곤 했다.
배에서 내려 해안가를 산책하다 보면 시내가 인접해 있다. 마을 안을 구경하다 보면 80개도 넘게 있다는 미국 원주민의 커다란 토템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중에는 100년도 넘은 것들도 있다.
메인 거리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크릭 스트리트 (Creek Street)라고 있는데, 이곳은 1920년대에 홍등가로 유명했던 거리이다. 예전에는 20개도 넘는 매춘업소나 술집, 밀매업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채로운 건물의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늘어져 있어 산책하며 구경하기에 좋은 거리였다.
사실 낚시는 커녕 낚싯대를 잡아본 적도 없다. 회사에 낚시를 좋아하는 후배가 있는데, 낚시 좋아하는 남자는 애인으로는 안 좋다던데 하고 놀리기도 한다. 그래도 케치칸을 떠올리니 괜스레 낚시에 관심이 생긴다 ㅎㅎ
여유가 있다면 바다낚시 여행으로 알래스카 케치칸에서 며칠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다. 혹은 알래스카 크루즈 중에 케치칸을 기항하는 코스로 선택해서 몇 시간이나마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