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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Dec 12. 2021

삼거리 도로변에서 듣는 이야기들

침대가 대로변 창문 아래에,

#1

"쾅쾅쾅, 주인아주머니 어디 가셨어요?"

이사 온 첫 주말, 잠에서 깰 정도로 집 옆 미용실의 문을 두드리는 한 아줌마의 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주말을 맞아 미용실을 찾았는데, 아주머니가 없으니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럼, 얼마 있다가 한 할아버지가 나오면서 "집사람, 아파서 지금 병원 가있어요"라고 말한다.

한동안 이런 상황이 매번 반복됐다.


어쩔 땐, 집을 나오자마자 한 할머니가 자꾸 나를 응시하더니 결국 나에게 말을 거시며, "미용실 오늘 안 여나?"라고 묻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알지만 모르는 채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결국 며칠 뒤, 할아버지가 직접 종이에 써다 붙인 "임시휴무"가 붙자 주말을 깨웠던 "쾅쾅쾅" 소리는 잦아들었다.


#2

새벽 1시, 야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가끔 벽을 보며 멍 때리는 나는, 이날도 어김없이 인센스를 켜고, 녹초가 된 상태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울리는 벽을 뚫고 들리는 아저씨들의 큰 소리.


집 아래에서 만취한 아저씨와 택시기사의 싸움이었다.

경찰을 불러야 하나, 하다 죽일 듯이 싸우는 그들을 보며 무슨 일이 날까 봐 영상을 찍다가, 만취한 남성의 무례한 언행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날은, 나 역시 야근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던 길.


"네가 그러니까 씨발, 이 이런 일이나 하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소리치던 그 음성을 들으며, 택시기사를 폭행으로 죽인 젊은 남성이 떠올랐다. 그러다, 그 두 분은 결국 경찰서로 가겠다며 경찰서로 향하는 듯했다.


#3

아래층에 위스키 바가 있으니까, 매번 들리는 소리가 있다. 20대 여자의 목소리들, "와! 저기 위스키 바 있다, 분위기 너무 좋아 보인다"


나도 못 가본 우리 집 아래 위스키 바, 사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못 갔다. 친구들이랑은 돼지껍질 집이나 가니,


전 남자 친구와 함께 갔던 와인바에서

한 여성이 홀로 와인을 마시며, 바에 앉아있는데

그걸 걔는 굳이, "와, 저 여자 봐 혼자 와인 마신다, 되게 느낌 있다"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혼자 와인바 가는 게, 남들이 보기엔 튀는 일인가? 싶다가도, 결국 그와 헤어지고, 갈 사람도 없는 나는 혼자 가보기로 했다.


#4

무엇보다 주말에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

배달을 시켜먹는 피크 타임이 있는데 이건 늘 토요일 4시부터 시작된다. 사실 무엇보다 제일 잘 들리는 소리는 우리 집으로 배달 온 오토바이 소리.


한걸음에 뛰어나와서, 문을 열어드리고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어 음식을 픽한다. 들뜬 마음에 음식을 펼치고 막 먹다가, 급격히 쓸쓸해서 우울해진다.


#5

마트 닫는 소리,

우리 집엔 마트 두 곳이 붙어있는데

12시쯤 되면 항상 철문을 내리는 소리가 난다. 동네가 옛 동네라 그런지, 이런 소리가 더욱 정감 간다. 편의점이 아닌, 고전적인 세탁소와 미용실이 있는 이 동네 삼거리에 살고 있다. 옛 분위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앞으로도 잠 자기 전, 많은 소리들을 수집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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