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성수역에 새로 생긴 꽃 매장 앞에서 기웃거렸다. 며칠 전, 집 근처 식물 가게 앞에서도 기웃거렸다.
나를 한동안 식물 근처에서 기웃거리게 만든 남자가 있다.
지난해 10월,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동생의 선물과 나의 자의로 많은 식물들을 집안으로 들였다.
그중 2명은 죽고, 나머지는 현재 죽어가고 있다.
성수역에서 기웃거리다 최근에 산 애플민트도 보지 못한 사이에 이파리가 말라 시들어있는 걸 방금 발견했다.
퇴근 후에, 나와 같은 나이인 그 남자를 만났다.
생긴 모습과 다른 직업, 그런 반전으로 내가 매력을 느꼈던 건 아니다. 나의 고향과 엮인 그의 러브스토리를 듣자니, 너무나 신기한 그의 연애관에 다시 한번 웃게 됐다. 전 여자 친구와 함께 갔던 공간을 현 여자 친구와는 절대 가지 않는다니
나는
"추억은 덮일 수 있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지만, 그는
"절대 아니야, 경기 날 것 같다"
라며 웃었다.
그 술집의 시끄러운 분위기,
당신과 나누던 대화.
그의 집에서 새벽 5시경, 눈을 뜨고
그의 방을 찬찬히 둘러봤다.
책상 옆에 높인 키 높은 식물들, 화장실 위에 올려둔 양초와, 문 앞에 달린 장식물
그리고 그의 이름이 생겨진 작업복이
새벽녘 베란다에서 바람에 날리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있을까?
그 식물들이 생각났다,
나도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나는 그의 방에서,
식물이 기르고 싶었을까?
그가 좋아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떤 식물 가게를 지나쳐도, 그저 그의 방에 있던
키 높은 식물의 모습이
결코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를 좋아하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