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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Aug 22. 2022

이병률 시인과 사랑

최근에 한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문득 시인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고 얼마나 많이 아파한 것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적이 있다. 정말 사랑을 해봤을까?라는 시인의 작품이 있는가하면,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이별의 숨결이 묻어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인의 작품이 있다. 단연, 사랑이라는 카테고리가 아니어도 시는 좋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시라는 장르에 빠지게 된 이유는 단일한 단어 속에 묻어있는 시인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20년도 겨울, 전 연인과 헤어진 뒤 다시 만남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은 날. 고향에 내려온 나는 이병률 시인의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내용 속 "깨진 그릇은 다시 붙여도 붙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말 막연하게도 당시에 만났던 사람을 떠올렸다. 당시 나는,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봐 조마조마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것이 정녕 사랑인지 자기 검열인지 모르겠었나보다. 그러고, 결국 서울에 돌아와 이별을 하였는데 시인 때문에라고 하기에는 뭐 그만큼 우리의 사랑이 견고하지 못했다보다라고 생각하는게 마음은 편했다.


아무튼  이후로 나는  연인과 이별했고, 정말 웃기게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도 집에 가는 길에 시인의 시를 읽었더랬다.


한 서점 직원이 한 시인을 사랑하였다.

그에게 밥을 지어 곯은 배를 채워주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살아지겠다 싶었다.

바닷가 마을 그의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꿈처럼 가만히 두드리기도 하였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이를 문장으로 스치다가도 눈물이 나 그가 아니면 안되겠다 하였다.


사랑하였다.

무의미였다.


- 고양이 감정의 쓸모, 이병률


그리고 전 연인과 얼마 되지 않아 정리를 하게 됐고, 나는 그 사람이 내 인생과 사랑에 있어 가장 큰 사람이 되었다. 이후,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났고 똑같이 사랑했지만 똑같이 헤어졌다. 그리고 헤어진 뒤, 나는 홀로 강릉과 속초로 떠났다. 그때 내 손에 쥐어진 책은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이별의 숨결이 묻어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인이 바로 이병률 시인이었다. 파도  번에 모래가 쓸려가고, 파도  번에 모래가 다시 쓸려오는 그림과 이병률 시인의 시는 정말로  어울렸다. 마치 다시 돌이키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사람과도 나의  실수이자, 해준  보다 못해준 것을 떠올리게 만든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는 왜 그렇게 말할까요

그렇게 말한 후에 그렇게 끝이었다죠

그 말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절대 겹치거나 포개놓을 수 없는 해일이었다지요


우리는 왜 그렇게 들어놓고도

그 말이 어떤 말인지를 알지 못해 애태울까요


-왜 그렇게 말할까요, 이병률


하지만 이별도 해일의 여파처럼 다시 돌이킬 수는 없는 .   사랑을 내고, 나는 소파에 누워  책의   시인의 추천사를 곱씹었다.


'최고'라는 말이 있다.  말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기준과 정도를 이야기할  사용한다. '최강'이란 말이 있다.  말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사용된다. '최선'이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을 나눌  사용한다. '최적'이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공기를 말해준다. '최상'이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깊이를 나타낼  사용된다. 줄곧   글자의 한자를 떠올려서였을까.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20대 시절 처절하게 사랑하고 아낌없이 받을 줄 몰랐던 20대 시절의 내가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


나는 오롯이 사랑에 관해서는 이 시인에게 위로를 받는다. 나의 3년간의 연애사가 모두, 모두 책 한권 한권에 담겨져버렸기 때문에 아마도 21세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자 잊지 못할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집인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속 한 구절


애인


그 사람은 어디 갔을까

나와는 상관없던 사람

한철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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