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xley Jul 12. 2023

모두 소설을 쓰기 때문이었지.

  끈기가 없었다. 끈은 이어지지 못하고 바싹 말라 끊어지고 터져버렸다.    


 

  그래서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끈이 터져버리기 전에, 의욕이 모두 증발하기 전에. 속전속결이었다.          


-

  자고 일어나면 늘 눈이 침침했다. 모두 소설을 쓰기 때문이야.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두 동공을 안고서 활자를 탄생케 한다. 이건 고고한 작업이지. 귓속의 울렁이는 울림이 속삭인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다시 아침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서. 글은 나의 시력을 죽여나갔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습니다. 당신 덕분에 나의 눈은 제대로 망가져만 가고 있어. 아마 이건 불건강 콜렉팅에 가까운 작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담보로 내일을 산다. 눈알을 담보로 소설을 내뱉는다. 오늘도, 내일도.          



-

  조수석에 앉아 캠핑장으로 간다. 그 길에서 온갖 불안한 사유가 나를 먹는다. 잘근잘근. 오징어처럼 씹어댄다. 오래도록 생각했어. 나를 흔들어놓는 존재가 누구인지. 피상적인 생각만을 거듭하다 추리의 심장으로 파고 들어간다.      



  역시 너로구나. 너였어. 온갖 사장된 불안을 다시 일일이 일으켜 세운 존재가. 너로 인해 나는 최악이야. 너로 인해 죽음을 체험해. 너로 인해.     



  이내 다시 사유한다. 어떻게 하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역시 답은 이것.       


   

-

  오늘도 시를 읽는다. 어제는 새 시집을 샀다. 읽고 싶은 시가 있었다. 너는 모르겠지. 나는 그 시를 읽으려 이 시집을 샀다.     



  만족했니? 돈값을 했니? 잘 모르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온갖 세상 풍파 모두 제쳐둔 채로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