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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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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루아 Nov 16. 2022

살의

<1> 장

칼끝에서 서늘함 속 익숙한 무게감이 전해졌다.
의자에 묶인 그의 동공이 두려움에 사방으로 흔들렸다.  그의 눈이  회색 빛을 번득이는 칼에 닿은 순간 회색 사각 드로즈의 한가운데가 검게 변했다.
회색 드로즈가 점점 검게 물들어 갈수록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줌 냄새, 두려움과 굴복의 냄새였다.
 밤 침대 위에서 환희에 떨며 온 몸을 흔들던 그가 지금은 오줌을 흘리며 떨고 있었다.  칼을 지 않은 왼 손 손가락을 다리 사이로 집어넣자  찌르르한 떨림에 칼 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이어서 지독한 통증이 몰려왔다. 고개를 들어 검게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눈동자 속에서 삶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모습에 가슴이 세찬 뜀박질을 시작했다.


인우가 움켜쥐고 있던 꼬리를 놓치자 참돔은 순식간에 나무도마를 등으로 밀어내며 펄쩍 뛰어올랐다. 그놈은  비늘이 상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크대로 돌진했다. 물에 젖은 싱크대와 3킬로가 넘는 활어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에  적막한 주방이 울려 퍼졌다.  인우는 신경질적으로 돔 꼬리를 다시 움켜쥐고. 펄떡이는 미끄러운 몸통을 나무 도마에 올려놓았다.
'안 그래도 꿈자리가 뒤숭숭해 신경이 예민한데 이 녀석까지 말썽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평소보다 깊숙이 칼을 생선 목에 찔러 넣었다.  연우는 빛을 잃어가는 물고기의 눈을 바라보다 흠칫 몸을 떨며 재빨리 깨끗하게 빨아놓은 마른행주를 찾아 물고기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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