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급성장한 비결
세상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부정적인 편견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든, 혹은 그 역이든. 막연히 가졌던 세상에 대한 환상들이 깨져 유리가루를 만든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유리로 된 거울인지도 모르고, 상에 비친 모습들만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게 배신 당하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 유리가 거울인 걸 알았을 땐,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상조차 알아보지 못했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나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가 사실 하나의 유리 상자 안에 가둬져 있는 투영물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도, 배신감도, 당혹감도 아닌 해방감이였다. 설마 세상이 이렇게 허접하고 실망스러운 곳일까- 하는 의구심을 한 번에 해결해준 느낌이었다. 나의 상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겨우 이정도인 건 아직 내가 이 정도 성장 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비치던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은 내 눈에 맺히는 사물과 생각들만 그대로 투영해 나에게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나와 수준이 비슷한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이는대로만 정의한 세상은 어딘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편협되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감정이 주로 투영되는게 당연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사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의 전형적인 투영물이고, 이 유리상자를 깨뜨리고 나와 내가 알던 세상이 산산조각 나던 날, 탄생 이후 처음으로 더 큰 가능성과 성장을 몸소 느꼈다. 내가 알던 내가 창조한 세상은 그렇게 와르르 무너져 사라졌다.
내가 창조하고 내가 파괴하여 세상에 뿌려진 유리 조각조각들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크고 작은 유리조각들에 긁혀 양손과 팔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지나치게 큰 조각들은 그대로 깨진 모양을 살려 다양한 색상을 입혀주었다. 어정쩡한 크기의 조각들은 더 잘고 잘은 유리가루로 큰 조각들 주변을 장식했다. 비릿한 피냄새가 코끝을 찔러 창작욕과 파괴욕을 자극했다. 마음이 가는대로 유리를 부수고 다듬어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작품에 열중하느라 기관지를 타고 폐로 들어간 유리가루가 가슴을 간질였다. 깨어버린 세상에 대한 애도 때문일까, 폐로 들어간 유리가루 때문일까 이상하게 마음이 견딜 수 없이 저릿해왔지만 작품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폐기할 수도 있었던 나보다도 큰 유리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유리성을 이루었다. 내 주변에서 흩날리던 유리가루는 눈가루처럼 유리성 주변을 신나게 휘감아 돌았다. 손과 발과 얼굴은 이미 핏자국으로 엉망이었지만, 오히려 유리조각에 반사된 핏자국은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나를 가두었던 세상을 파괴해, 내가 스스로 그 조각들로 예쁜 성을 쌓았다. 내 안의 형상 밖에 비추지 못했던 세상은, 이제 나보다도 더 큰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우주를 비췄다.
내가 알던 세상 밖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 그었던 한계를 깨고 나오게 되었다. 세상이 지정했던 정의를 버리게 되었다. 당연시 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픔과 고통을 창조와 성장의 기회로 여기게 되었다. 전에는 빛이 닿지 않아 존재하는지로 몰랐던 사람들과 상황들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세상은 일차원적인 곳이 아닌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성과 복합성이 공존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볼 수 있었던 스펙트럼의 한계와 오감의 한계가 얼마나 구속적이었는지 깨달았다. 나의 육체는 정말로 나라는 존재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세상만사가 연결이 되어있으며, 이 세상은 늘 나와 소통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치부했던 내용들조차 사실은 내가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 수용하지 못했기에 배척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세상에 절대적 선과 악은 없으나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은 나의 상상력의 한계이지, 이 세상의 창조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피를 흘리며 깨고 나온 세상 속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세상이 나를 반기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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