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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필 Jul 04. 2023

당신은 이런 나도 춤추게 해

와이프의 칭찬

칭찬은 자칫 잘못하면 아부처럼 들릴 수 있다. 아부처럼 들리지 않는 칭찬을 하기 위해선 정말 심도 있게, 깊이 관찰해야 한다. 그 대상에게서 아주 작더라도 도드라지거나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될 때라야 상대도 나의 칭찬에 진정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대상을 관찰하고 진심 어린 칭찬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잘한다.

  그렇게 칭찬을 잘할 수 있게 되기 위해 나는 살아오며 들었던 여러 칭찬들을 의심해야 했다. 저 칭찬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 거라고, 그의 칭찬은 형식적인 거라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정하며 믿지 않았다. 그런 가짜 칭찬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해체하여도 여전히 순도 높은 칭찬이라야 겨우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 의심과 분석과 해체의 과정을 거치니 자연스레 나 또한 칭찬의 몸집을 부풀리기 전에 반드시 그 안에 순도 높은 칭찬거리를 꼭 넣는 연습을 한 것이다.

  앞서 자랑스레 얘기했지만 사실 지나고 보니 어린 나는 모른 채로 오래 고통스러웠을 거였다. 누군가의 칭찬이 무겁든 가볍든, 불순물이 가득하든 순도가 높든지 간에 난 그 칭찬을 고스란히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칭찬을 받으면 ‘감사하다’ 거나 ‘부끄럽다’는 식의 수긍하는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언제나 대답은 ‘아니에요’였다. 배려를 받을 때도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자기부정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 찐득하게 눌어붙은 먼지처럼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을 알아 채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는 나의 그런 모습에 질려 버렸고, 누군가는 화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말 나는 몰랐다. ‘타인의 인정’을 인정하는 법을 몰랐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의 경우엔 와이프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 나에게 그런 상태라는 것을 알려 주었고 나와 함께 해주었다.

  와이프는 나만큼이나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다. 헤프지 않고 정확히 핵심을 짚으며 매우 예리하게 발견한다. 우선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신뢰가 생겼다. 하지만 그런 신뢰에도 나의 자기부정을 이길 만큼은 되지 못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제는 조금 의심을 내려놓고, 적어도 와이프의 칭찬은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야 다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처럼 이런 반려자를 만나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쉽게 온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 당신도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내가 나의 반려자가 되어주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거울은 자가 칭찬에 매우 좋은 도구이다. 낯설고 부끄럽겠지만 그 안에 있는 녀석의 장점을 오랜 시간 깊이 관찰하여 말해주자.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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