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런 사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금 Jun 12. 2022

나는 그저 우주의 먼지일 뿐.

하지만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 가자.



물 흐르듯 살다 보니 요즘은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판매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업으로 하라면 못할  같은 ,  안의 자본주의적 친절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뺏기는 일이다. 실제로 쇼핑몰의 영업시간도 길어서 퇴근하면 다른 생각을  겨를이 없다. 씻고 영화   보다가 잠이 든다.


사실 이 일은 엉뚱한 나비효과로 인해 시작되었다. 몇 년 전 W(내 동거인)의 친구네 회사가 참여한 XX페어에 일주일 정도 행사 진행 일을 할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한다기에 별생각 없이 지원을 했는데, 그때 내가 일하는 모습을 좋게 본 W의 친구가 현재 일을 제안한 거다. 소개해준 W을 욕 먹이고 싶지 않아 억텐(억지 텐션)으로 열심히 했던 것뿐인데.. (모르는 사람, 모르는 회사였다면 아마 적당히 하고 마무리했을 거다.)


아무튼 매장 판매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강남의 모 백화점에서 비싼 걸 샀다고 자랑하면서 2만 원도 안 되는 상품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상품과 전혀 상관없는 본인의 tmi를 나한테 방출하는 사람도 봤다. (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 마음 같아서는 '안녕히 가세요, 제발'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네.. 네..' 눈으로만 웃으며 대답한다. 포커페이스가 어려운 내게 마스크는 정말이지 요긴한 방패가 된다. 계속 쓰고 싶다.


처음엔 무례하거나 과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만날 때면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싶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마음을 쓰지 않는 법을 많이 배웠다.

나도 우주의 먼지, 당신도 우주의 먼지라고 생각하면 여기서나 당신과 내가 갑-을 관계일 뿐.

당연한 듯 반말하는 사람, (요즘에도 이런 사람 있더라고요.) 분명 대화 중이었는데 내가 말하는 동안 갑자기 쌩 자기 갈 길 가버리는 사람은 기억해뒀다가 안주거리로나 쓰자. (이야깃거리로는 재밌잖아요?)


그런데 코 후빈 손으로 진열된 상품 만지는 거 내가 봤을 줄은 몰랐겠지? 그 사람 지나가고 바로 물티슈로 박박 닦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만난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