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내 이름
브런치 작가의 필명이기도 한 이슬금은 나의 또 다른 부캐명인데, 이렇게 지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라는 성은 엄마에게서 따왔다. 법적인 이름은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했지만 그 성인 ‘김’은 발로에 차일 만큼 흔하고 무엇보다 내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그저 주어진 것. 엄마 성을 따른 이름을 짓고 싶은 건 오래된 생각이었다. (‘이’도 두 번째로 흔한 성이라는 게 함정 ㅠㅠ) 사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모계를 따라서 외할머니의 성인 ‘허’를 따올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내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 쪽이 더 의미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슬금은 왜 슬금인가. 일단 슬금슬금에서 따온 슬금이 맞다. 살금살금의 살금을 쓰기에는 사뿐사뿐함이 부족하다. 스스로를 ‘살금이라 칭할 정도로 산뜻한 사람은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캘리그라피를 시작하면서 처음 지었던 아호는 서함이다. ‘천천히 서+머금을 함’이라는 한자의 조합인데, 차분하고 중성적인 느낌이고 무엇보다 지향하는 바가 잘 담겨있어 아끼는 이름임에도, 내가 그리는 그림과 브런치에 쓰는 글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릴만한 캐주얼한 이름이 필요했다.
슬금에도 빠름보다는 느림의 뉘앙스가 있으니 마음에 든다. 거기에 부지런함보다 게으른 느낌도 있어
현실의 나와도 딱이다.
그럼 이제 슬금슬금 움직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