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지겨워, 지겨워.” 아침밥을 챙겨 먹고 슬슬 노트북 앞에 앉으니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해야 노동소득 대신 불로소득을 늘릴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고, 키보드 위로 올라가는 손가락 열 개가 그야말로 천근이고 만근이다.
한참을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겨우 제자리를 찾은 아이들은 밥상 앞에서 밥투정을 부리는 어린애처럼 생떼를 쓰고 몸부림을 친다. 도대체 언제부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문서와 활자가, 구상과 집필이 스트레스의 대상이 되었는가.
그렇게도 원하던 일인데 사람 마음이 어찌 이리도 간사스러운지. 수년 전엔가 회사 후배와 ‘이렇게’ 먹고살고 싶다며, ‘로또 되고 싶다’ 수준의 바람을 나눈 적이 있다. 그땐 꿈같던 일이었으니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4대 보험 미가입자 신분으로 산다는 건 시간적으로 꽤 달콤한 일이었다. 그러다 최근 부쩍 일이 많아졌다. 많이, 정말, 많이. 어려운 시국에 일이 많아졌으면 응당 감사해하며 절이라도 해야 마땅하거늘. 책상 앞에 앉아선 하는 소리가 늘 죽겠다는 소리뿐이다.
불평은 여기까지. 좋은 말은 여러 번 하다 보면 바닥이 보이는데 나쁜 말은 꼭 끝이 없다. 적당히, 알아서, 제때, 끊어주지 않으면 나와 스트레스의 주객이 전도되어 버릴 테다. 스트레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여기서 멈춰야지.
그리고 사실 말이야, 일 많다고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도 그저 잠시일 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줄기 시작하면 수입이 불안정하다며 또 앓는 소리를 할 게 뻔하잖아. 결국 이러나저러나 볼멘소리를 할걸. 그러니 꾸벅 인사하고 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