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 <HARMONIA> , 성남 아트센터
2019년 크리스마스, 오랜 기다림 끝에 포르테 디 콰트로를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0월 현수 군과 태진 군 듀오 콘서트 「스토리즈」 이후 포디콰 실물 영접은 오랜만이다. 성남 아트센터는 2년 전 2017년 마지막 날, 포디콰 콘서트를 처음 본 곳이라 개인적으로 조금 각별하다. (집에서 제일 가깝기도 하고. ㅎㅎ) 무대 세팅은 달라졌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여전했고, 네 남자는 2년 전보다 더 아름답고 깊어진 모습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늘 그렇지만 화음 장인들이 작정하고 채운 시간과 공간은 황홀하고 유려했다.
이번에 세상에 나온 포디콰 3집 아르모니아(HARMONIA)는 '잘 보고 들어라, 이것이 하모니다!'라며 대놓고 선언하는 콘셉트라, 네 남자는 관객의 심장을 저격하는 화음을 시종일관 뿜어댔다. 뭐 언젠 안 그랬던가, 그들이...
3집 앨범을 함께 녹음한 연주팀과 투어 콘서트까지 하는 게 네 남자의 바람이었다는데,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꿈을 꾸고, 이루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벅차다.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구성된 연주팀은 포디콰의 폭발적인 음성을 받쳐주는 데 모자라지도 더하지도 않게 딱 좋았다.
Prelude - Intermezzo - Coda의 형식에 충실하게, 3집 앨범 수록곡을 빠짐없이 들려줬고, 크리스마스라 캐럴 메들리로 차분하고 경건해진(?) 분위기에 깨알 같은 양념도 뿌려줬다. 귀여운 머리띠와 산타 망토를 한 포디콰가 캐럴을 부르자,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신 비올라 (연주자)쌤의 발랄한 몸짓에 연주자들도 관객들도 모두 즐거웠다. 그분이 진심으로 관객과 더불어 포디콰의 하모니를, 이 무대를,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객석은 당연히 즐기고 향유하지만, 무대 위 연주자들에겐 이 무대가 해내야만 하는 작업이고 노동이 될 수도 있는데, 연주자가 그렇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관객 입장에선 더 신나고 유쾌했다.
이번 콘서트의 압권은 태진 군이 몸소 보여준 기린과 고양이다. 현수 군이 직접 사자가 되어 태진 군을 몰아세우자, 그는 순식간에 긴 팔다리를 활용한 개인기로 세렝게티를 거니는 한 마리 기린이 되었다. 태진 군이 평소 기린을 세심하게 관찰한 티가 나는 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사자에게 쫓기는 기린과 밥 먹으러 가는 기린을 눈 앞에서 본 것 같다. 태진 군의 음성이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과 희열이 밀려왔다. 게다가 앙증맞은 고양이춤까지. (ㅋㅋ)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은 결코 몸개그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안 할 뿐이지.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신 있는 몸개그를 하나씩 해주면 얼마나 재밌을까. (ㅋㅋ) 정장 슈트를 장착한 채 멋지고 웅장하게 노래한 후, 동물 개인기 하나씩 투척하면 객석 뒤집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기린이 된 태진 군의 모습은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동영상을 소장해 울적할 때마다 꺼내보고 싶을 정도다.
녹음까지 해놓고 노르웨이어를 못해 ('시크릿 가든'과 소통할 수 없어) 3집에 싣지 못한 '시크릿 가든' 노래, 이번 콘서트를 위해 따로 준비한 곡들, 캐럴 메들리, 1집과 2집, 2.5집 타이틀곡 모음까지. 3집의 영롱하면서도 웅장한 노래들 사이사이 귀에 익은 노래들로 꽉 채운 160분은 인터미션 없이 흘러갔다. 늘 그렇지만 끝은 아쉽고, 그들은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래도 이번 콘서트에서는 기린과 고양이가 나왔고, 말문이 터진 벼리 군 입담에 많이 웃었으며, 여전히 단아하고 멋진 훈정이 형의 자태에 광대가 승천했다. 특히 포디콰의 새로운(?) 멤버 알렉스 킴을 알게 되어 집에 가는 내내 피식~ 웃음이 났다. 이 깜찍한 남자는 유럽에서 활동하길 희망한다고 하는데,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럼 한국에서 볼 기회가 줄어들까 겁난다. 알렉스 킴은 한국의 소중한 공공재인데.
앙코르 마지막 곡, Oltre la tempesta (폭풍 너머로) 부르기 전, 벼리 군의 '인생의 폭풍을 함께 넘자는' 멘트에 (가뜩이나 따뜻하게 설레었던)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내년엔 개인적으로 벼리 군 단독 콘서트를 꼭 가보고 싶은데 어찌 될지...
뜨거운 박수, 함성, 눈빛, 브라비까지. 원하는 거 다 쏟아낼 테니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 덩어리'인 포르테 디 콰트로가 오래오래 무대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 황홀하고 웅장한 무대에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난 연말 투어에 들려줬던 그들의 새 노래 'Come True(제목이 이게 맞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노래 정말 좋았는데. 가사도 귀에 쟁쟁한데. 새 앨범에 수록한다고 했는데. 포디콰의 다음 앨범에서 이 노래를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새해에도 포르테 디 콰트로와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Prelude
♬단 한 사람, 좋은날, Wish ♬Notte di luce ♬(벼리 군 증언에 의하면 정말 '새벽의 끝에' 녹음이 끝났다는) 새벽의 끝에서 ♬(현수 군 말대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백합처럼 하얀 ♬(네 남자가 마치 유산균이 되어 톡톡 튀는 느낌으로 화음을 쌓아가는 것을 굳이 재현한) Astra ♬베틀 노래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들은 모차르트의 리액션이 궁금한) Lacrimosa
♪Intermezzo
♬(블랙 슈트로 갈아입고 계단 위에서 부르는) Fix You ♬(유람선이라도 타고 들어야 할 것 같은) My heart will go on ♬My everything ♬('시크릿 가든'이 허락 안 해 3집에 수록하지 못했다는) Song for a new beginning, Song at the end of the day ♬마지막 순간 ♬(알렉스 킴이 작사한) Comfort ♬(행복 전도사 이벼리 군이 작사한 곡인데 나중에 '베사메무초'까지 엮어버린) 아리엘 ♬(알렉스 킴의 기도하는 마음이 담긴) La preghiera ♩(안 했으면 엄청 서운할 뻔한, 비올라 연주자 선생님이 제일 신났던 캐럴 메들리) 루돌프 사슴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화이트 크리스마스, 울면 안 돼! ♬Ave maria, Stella lontana, Adagio
♪Coda
*앙코르 ♬(현수 군과 태진 군의 듀오로 들었으나, 이제 네 사람이 함께 한) Miserere ♬(군인들에겐 지옥 같은,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곡) 12월 32일 ♬(개인적으로 '아르모니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Oltre la tempe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