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이스 Dec 30. 2019

이것이 하모니다!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 <HARMONIA> , 성남 아트센터

2019년 크리스마스, 오랜 기다림 끝에 포르테 디 콰트로를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0월 현수 군과 태진 군 듀오 콘서트 「스토리즈」 이후 포디콰 실물 영접은 오랜만이다. 성남 아트센터는 2년 전 2017년 마지막 날, 포디콰 콘서트를 처음 본 곳이라 개인적으로 조금 각별하다. (집에서 제일 가깝기도 하고. ㅎㅎ) 무대 세팅은 달라졌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여전했고, 네 남자는 2년 전보다 더 아름답고 깊어진 모습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늘 그렇지만 화음 장인들이 작정하고 채운 시간과 공간은 황홀하고 유려했다.


이번에 세상에 나온 포디콰 3집 아르모니아(HARMONIA)는  '잘 보고 들어라, 이것이 하모니다!'라며 대놓고 선언하는 콘셉트라, 네 남자는 관객의 심장을 저격하는 화음을 시종일관 뿜어댔다. 뭐 언젠 안 그랬던가, 그들이...


3집 앨범을 함께 녹음한 연주팀과 투어 콘서트까지 하는 게 네 남자의 바람이었다는데,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꿈을 꾸고, 이루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벅차다.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구성된 연주팀은 포디콰의 폭발적인 음성을 받쳐주는 데 모자라지도 더하지도 않게 딱 좋았다.


Prelude - Intermezzo - Coda의 형식에 충실하게, 3집 앨범 수록곡을 빠짐없이 들려줬고, 크리스마스라 캐럴 메들리로 차분하고 경건해진(?) 분위기에 깨알 같은 양념도 뿌려줬다. 귀여운 머리띠와 산타 망토를 한 포디콰가 캐럴을 부르자,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신 비올라 (연주자)쌤의 발랄한 몸짓에 연주자들도 관객들도 모두 즐거웠다. 그분이 진심으로 관객과 더불어 포디콰의 하모니를, 이 무대를,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객석은 당연히 즐기고 향유하지만, 무대 위 연주자들에겐 이 무대가 해내야만 하는 작업이고 노동이 될 수도 있는데, 연주자가 그렇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관객 입장에선 더 신나고 유쾌했다.


인간 VS 기린


이번 콘서트의 압권은 태진 군이 몸소 보여준 기린과 고양이다. 현수 군이 직접 사자가 되어 태진 군을 몰아세우자, 그는 순식간에 긴 팔다리를 활용한 개인기로 세렝게티를 거니는 한 마리 기린이 되었다. 태진 군이 평소 기린을 세심하게 관찰한 티가 나는 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사자에게 쫓기는 기린과 밥 먹으러 가는 기린을 눈 앞에서 본 것 같다. 태진 군의 음성이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과 희열이 밀려왔다. 게다가 앙증맞은 고양이춤까지. (ㅋㅋ)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은 결코 몸개그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안 할 뿐이지.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신 있는 몸개그를 하나씩 해주면 얼마나 재밌을까. (ㅋㅋ) 정장 슈트를 장착한 채 멋지고 웅장하게 노래한 후, 동물 개인기 하나씩 투척하면 객석 뒤집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기린이 된 태진 군의 모습은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동영상을 소장해 울적할 때마다 꺼내보고 싶을 정도다.


녹음까지 해놓고 노르웨이어를 못해 ('시크릿 가든'과 소통할 수 없어) 3집에 싣지 못한 '시크릿 가든' 노래, 이번 콘서트를 위해 따로 준비한 곡들, 캐럴 메들리, 1집과 2집, 2.5집 타이틀곡 모음까지. 3집의 영롱하면서도 웅장한 노래들 사이사이 귀에 익은 노래들로 꽉 채운 160분은 인터미션 없이 흘러갔다. 늘 그렇지만 끝은 아쉽고, 그들은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래도 이번 콘서트에서는 기린과 고양이가 나왔고, 말문이 터진 벼리 군 입담에 많이 웃었으며, 여전히 단아하고 멋진 훈정이 형의 자태에 광대가 승천했다. 특히 포디콰의 새로운(?) 멤버 알렉스 킴을 알게 되어 집에 가는 내내 피식~ 웃음이 났다. 이 깜찍한 남자는 유럽에서 활동하길 희망한다고 하는데,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럼 한국에서 볼 기회가 줄어들까 겁난다. 알렉스 킴은 한국의 소중한 공공재인데.   


앙코르 마지막 곡, Oltre la tempesta (폭풍 너머로) 부르기 전, 벼리 군의 '인생의 폭풍을 함께 넘자는' 멘트에 (가뜩이나 따뜻하게 설레었던)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내년엔 개인적으로 벼리 군 단독 콘서트를 꼭 가보고 싶은데 어찌 될지...


알렉스 킴 & 행복 전도사

뜨거운 박수, 함성, 눈빛, 브라비까지. 원하는 거 다 쏟아낼 테니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 덩어리'인 포르테 디 콰트로가 오래오래 무대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 황홀하고 웅장한 무대에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난 연말 투어에 들려줬던 그들의 새 노래 'Come True(제목이 이게 맞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노래 정말 좋았는데. 가사도 귀에 쟁쟁한데. 새 앨범에 수록한다고 했는데. 포디콰의 다음 앨범에서 이 노래를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새해에도 포르테 디 콰트로와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Prelude


  ♬단  사람, 좋은날, Wish  Notte di luce  (벼리  증언에 의하면 정말 '새벽의 끝에' 녹음이 끝났다는) 새벽의 끝에서  (현수  말대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백합처럼 하얀  ( 남자가 마치 유산균이 되어 톡톡 튀는 느낌으로 화음을 쌓아가는 것을 굳이 재현한) Astra  ♬베틀 노래 (개인적으로  노래를 들은 모차르트의 리액션이 궁금한) Lacrimosa


Intermezzo


  (블랙 슈트로 갈아입고 계단 위에서 부르는) Fix You  (유람선이라도 타고 들어야   같은) My heart will go on  My everything  ('시크릿 가든' 허락   3집에 수록하지 못했다는) Song for a new beginning, Song at the end of the day  ♬마지막 순간  (알렉스 킴이 작사한) Comfort  (행복 전도사 이벼리 군이 작사한 곡인데 나중에 '베사메무초'까지 엮어버린) 아리엘  (알렉스 킴의 기도하는 마음이 담긴) La preghiera  ( 했으면 엄청 서운할 뻔한, 비올라 연주자 선생님이 제일 신났던 캐럴 메들리) 루돌프 사슴코, 고요한  거룩한 , 화이트 크리스마스, 울면  !  Ave maria, Stella lontana, Adagio


♪Coda  


*앙코르 ♬(현수 군과 태진 군의 듀오로 들었으나, 이제 네 사람이 함께 한) Miserere  ♬(군인들에겐 지옥 같은,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곡) 12월 32일  ♬(개인적으로 '아르모니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Oltre la tempesta

매거진의 이전글 테너의 품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