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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루 Apr 14. 2018

나의 러시아 선생님

일리야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려고 했을 때만해도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열차 내부에서는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떻게 생활하지부터 신경이 쓰이고 궁금했던 것 투성이었다. 열차 안에서 며칠동안 씻지도 못하고 지낸다고 하는데 괜찮을지. 하지만 열차 탑승객 모두 위아더 월드였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것 같았다. 알혼 섬에서 만난 러시아의 극한 추위와 꿈같은 북부지역을 경험하고 나서 탑승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일리야를 만났다.



내 자리 바로 윗 칸

어느 새벽이었다. 1층 내 자리 바로 건너편에 있는 러시아 중년 여성 두분을 만난 것은. 고작 며칠만에 다시 탑승하는 열차라고 이렇게나 새롭다. 블라디보스톡 출발 열차를 탄 것과는 다르게 이미 다른 곳에서 손님을 실어온 열차에 탑승하려니 이미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들이 있었다. 눈이 마주쳐 간단하게 인사를 했지만 가챠, 아냐 두 분 여사님은 나와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신다. 꽤 어둑어둑한 밤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인사를 했건만 돌아온 반응에 힘이 없다. 그러다 어디에 어떤 일로 여행을 하시는지 물어보자 러시아어로 된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조금 얼빠진 표정이 됐다. 그때 내 머리 윗층에서 한 남자가 번역기로 영어를 찍어 보여준다. ' funeral' 지쳐있고 슬퍼보였던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갔다. 그녀들은 열차에서 밤을 지새고, 다음날 오후쯤 하차했다. 따뜻한 모피쟈켓을 걸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 보였다. 다소 먹먹한 마음에 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오자 일리야가 1층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책을 읽고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예과 3학년


노브스르비스키까지 가는 일리야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열차를 탔다. 이르쿠츠크 의과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는 꽤 성실한 학생같아 보였다. 장학금을 받는데다가 학교 수업에도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영어를 꽤 능숙하게 했었던 탓이다. 나도 그렇지만 일리야는 스스로의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음을 서로에게 미안해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겸손한 모습이 좋았다. 우리 모두 모국어가 아닌걸? 서로를 배려하느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던 것은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서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방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세지야. 먹어볼래?

자신의 고향인 우솔리예시비르스크에서 사온 소세지를 열차에서 먹을 식사로 챙겨왔다. 한국같으면 락앤락이라고 불렀을 작은 플라스틱 통에 분홍빛 소세지가 짭짤한 내음을 풍기고 모습을 드러냈다. 겉면에 그려진 꽃 하며, 포크에 새겨진 장식적이고 부드러운 모양은 한국에서 소풍가는 자녀에게 김밥을 챙겨주는 어머니를 떠오르게 했다. 어쩜 나라가 달라고 어머니들의 취향은 이리 한결같을까!-물론 일리야는 직접 챙겨온 것이었다-신선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그 앞에서 보란듯이 소세지 두개를 먹어 삼켰다. 소세지가 마감된 자리에 긴 젓가락을 주욱 꽂아 나만의 방식으로 소세지를 먹는 방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손에 뭐가 뭍는것이 정말 싫거든. 
러시아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얘기를 들으며 일리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내여행을 했던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 겨울의 알혼을 경험했지만, 일리야는 여름의 알혼을 다녀온 참이다. 친구들과 함께 날씨좋고 따뜻한 여름의 알혼섬에 찾아가 푸르른 풀과 맑은 호수에 몸을 담궜던 사진을 맘껏 자랑했다. 같은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릴라를 닮은 친구'가 있다며 표정이 매우 풍부한, 수염을 가득 기른 친구도 소개해 주었다. 인상깊은 그 친구 사진을 보고 있으니. 러시아 길 한가운데서 만난다 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이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같이 티 타임을 가지면서 러시아 전통 행사에 일리야가 참여했던 내용도 들을 수 있었다. '이반 쿠팔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하지축제로 진행하는 전통 행사인 이것은 강이 있는 곳에서 청년들과 어른들이 모두 참여한다. 불타고 있는 모닥불을 뛰어넘거나 어린소녀와 소년이 참가하는  오래된 이벤트다. 나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가며 일리야의 설명을 들었다. 정말 로맨틱한 이벤트도 있었다. 화관을 쓴 소녀들이 강둑에 서 있으면서 꽃을 강물 아래로 흘려 보낸다. 그러면 강 하류에 서 있는 소년들이 꽃을 잡고, 소녀들에게 프로포즈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매해 1월 19일에 러시아 전역에서 진행하는 물 속에 들어가기 이벤트에 참가한 사진을 보여주며 일리야는 조금 쑥스러워했다. 이는 러시아 정교회의 예수공현대축일에 진행하는 행사로, 보통 자정, 밤 12시에 진행한다. 가까운 강에 뛰어들어가 얼음목욕을 하며 죄를 씻어내는 의식으로, 러시아 젊은이들도 전통 반, 재미 반으로 참여하는 모양이다(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5&aid=0002167574  ).

                  %22http%3A%2F%2Fimgnews.naver.net%2Fimage%2Forigin%2F045%2F2018%2F01%2F19%2F2167574.jpg%22&type=ff500_300"                          러시아, 얼음물에 들어간 푸틴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예수공현대축일을 맞아 트베리 지역의 셀리게르 호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예수공현대축일 자정에 가까운 연못이나 강에서 얼음목욕을 하며 죄를 씻어내는 의식이          news.naver.com        



너는 러시아를, 나는 한국어를

서로를 조금 더 알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했다. 소통의 기본은 나에게 있는 것과 상대에게 있는 것을 교환하는 것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음식을 교환한 다음, 근황을 교류하고 그 다음이 언어였다. 사실 러시아가 키릴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언어분야의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던 나는 러시아 간판이나 역 이름을 읽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여행 시작 전, 러시아문자를 영문자로 읽는 방법을 알고 갔다면, 러시아 여행이 훨씬 편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음에도, 나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많은 친절한 러시아인들을 만나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상황에 적절한 칭찬을 해주고 싶어도 나의 러시아 실력으로는 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은근슬쩍 시작한 러시아 선생님과 한국어 선생님과의 만남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내 이름을 러시아어로 쓰는 방법을 알려줘.", "안녕을 한국어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 한글이 낯선 러시아인과 러시아어가 낯선 한국인은 서로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했다. 영어 알파벳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점선을 네 줄 그린 다음에 러시아 키릴문자의 높낮이를 이해하려 애썼다.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지만 새롭게 배워나가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영어로는 미루이지만, 러시아어를 볼때 무피같다. 그런데 그 문자가 그냥 '미루'라고 읽는 것이 재미있다. 마치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처럼.

특히 일리야는 한글의 동그라미, 네모, 작대기를 재미있어 했다. 내 이름을 점선 네 줄을 만들어 러시아어로 쓰기도 했지만 일리야 이름을 점선 세줄을 만들어 한글로 적기도 하는 과정에서였다. 친한 사이에서는 '안녕',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을 알려줄 때였다. 러시아어에서도 친한 사이에서는 'Приве'т[(프리베뜨]), privet'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Здравствуйте.(즈드라스뜨부이쩨)'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글 모음을 간략하게 얘기해주기 위해서 '오우아어야'를 발음할 때에는 신기한 나머지 몇번이나 다시 발음해 달라고 부탁했다. 분명히 한글에서 사용하는 표기인데 리드미컬하게 입술모양이 변하면서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남다르게 느껴졌나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ㅎ' 을 모자 쓴 얼굴로, '홋' 모자 쓴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리야는 몇 번이나 나와 함께 입술모양을 바꾸어 발음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역 밖으로 나가볼래?

횡단열차 탑승 중, 몇 번이나 역에 멈춰 선다. 시간을 미리 체크한다면, 어떤 역에 몇 분이나 멈춰 서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러시아 아저씨들은 열차가 멈출 때마다 승차장에 내려와 끽연을 하지만 좀 더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역 밖으로 나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내 역사도 멋지지만, 횡단열차가 멈출 때마다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역사와 건축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러시아인인 일리야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해보진 못했을 것이다. 승차장 근처의 매점에 들락거리며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먹거리를 구입해 본 적은 있지만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서까지 역 밖으로 구경을 나온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초저녁, Vokzal역은 다소 딱딱한 외관이었지만 역 광장에 서 있는 높은 키의 조형물과 유리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예과 세미나로 와 본 적이 있는 도시에요." 열차는 대도시인 경우 꽤 오랜 시간을 머문다. 그렇기에 일리야도 나를 데리고 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높은 스태츄, 역을 설명해주던 일리야가 함께 사진찍기를 권한다. 열차 여행 중 역 밖으로 나왔던 기억과,  눈 내린 광장에서 털이 수북한 러시아 모자를 쓴 일리야, 그리고 여우털 휘항속 나는 사진속에 정말 즐거운 모습으로 남았다.



늦은 밤까지 훌라 

열차생활 내내 큰 배움을 한 것이 있다면, 바로 '훌라 카드게임'이다. 평범한 포커 카드를 사용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누구보다 빨리 내려놓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거기다 내가 손에 든 카드를 한꺼번에 내려 놓는 것이 훌라 게임의 실력자를 가리는 기준이다. 처음 접한 카드게임이 다소 어렵고 생소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 나는 곧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판을 벌일 수 있었다. 나의 훌라 스승님은 함께 러시아 여행을 진행한 '뀨'로서 다년간 훌라를 통해 내기를 경험한 실력자 중에 실력자였다. 뀨는 배움의 과정에 있어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잘 알고 있어 나의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예를 들면, 내가 카드를 잘 내거나 선택했을 때, '굿', '베리 굿굿', '아주 잘하셨습니다.'와 같은 추임새 말이다. 뀨 옆자리에 앉은 유라 아저씨는 일리야보다 먼저 우리에게 훌라를 배웠고, 일리야에게 다시 방법을 전파했다. 한국인2명, 러시아인2명은 밤 늦게까지 훌라게임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상황은 재미있게 돌아갔다. 내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1등을 하고 나면, 곧이어 유라아저씨나 일리야가 2등을 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1등, 러시아인이 2등, 그 다음 남는 것은 또다시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되는 것이었다. 실력이 비등하여 손에 땀을 쥐는 카드 게임이 계속됐다. 꼴찌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주어지는 벌칙은 없었지만, 한번 시도해 볼 걸 그랬다. 순발력과 카드 조합 센스가 중요한 훌라는 한국 대 러시아의 승부를 겨루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일리야는 뀨가 만든 가락지 매듭을 한 손에 모두 끼고선 'special power up!'을 외쳐댔다.



고릴라를 닮은.

사진 속 친구는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 일리야가 고릴라라고 애칭을 붙인 친구는 노브스르비스크 역에 일리야를 마중나와 있었다. 일리야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나를 보고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일리야를 헤드락 걸며 마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라고 하면 맞을까? 공부를 하러 온 도시에서 아시아에서 온 나와 함께 내렸으니! '너를 봤어! 사진에서!'그는 매우 우쭐해 했다. 에너지가 차고 넘쳐 당장 노홍철과 같은 연예인을 붙여놔도 지지 않은 것만 같았다. 또다른 친구는 상대적으로 꽤 침착했고 부드럽게 웃었다. 
새벽에 도착해 꽤 피곤했을 텐데 모두 나의 큰 미션을 도와주기도 했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구입한 유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 어느순간 딱 끊겨 버렸다. 새로운 유심을 찾기 위해 정차한 역 내부에서 구입을 해야 했고, 일리야와 친구들이 모두 합세히 도움을 주었다. 물론 유심을 샀는지 못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내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니까.





일리야에게

사람들이 만나는데에는 인연이 필요하대. 많은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 어쩜 네가 내 침대 바로 윗 칸에서 잠을 잤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지. 상냥하고 배려심 많은 너를 보며 또다시 러시아인에게 있을 거라 생각했던 편견을 지워버릴 수 있었어. 어쩌면 많은 러시아인은 모두 너처럼 좋은 사람들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 물론 너는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러시아 친구들을 사귄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말이야. 너의 친절은 나의 러시아 여행에서 굉장히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어. 아마 그건 내가 여행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너의 멋진 성격탓이겠지. 너의 고릴리를 닮은 친구도, 매너좋게 웃었던 친구들도 너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걸거야. 

부디, 이르쿠츠크에 있는 너의 교정을 내게 보여준다던 약속은 잊지 말길 바라. 나는 절대 빈말을 하지 않아.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너와 너의 친구들과 네가 공부하는 학교를 구경하러 가고 싶어. 그때쯤에는 너도, 나도 영어 말하기 실력이 조금은 늘었을까? 우린 다시 만나 너가 좋아하는 분홍빛 소세지를 나누어 먹거나 시내에 있는 kfc에 가서 더블치즈버거를 먹어도 좋을거야. 아니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추억하며 감자 스튜를 만들어 먹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거라 생각해.

네가 열차에서 내릴 때 갑자기 바지를 벗었던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어. 나 뿐만 아니고 내 옆에 새로 오신 할머니도 그러셨을거야. 열차를 타고 생활하는 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그랬겠지만 너의 회색 팬티는 내가 보려고 의도해서 본 건 아니었어. 이 자리를 빌어 어쩔 수 없이 보았던 것에 대한 사과를 할게. 그 덕분에, 이후에는 나도 옷을 갈아입을 때 화장실에 가지 않았어. 시트를 대충 어깨에 걸치고는 내 자리에서 갈아입었지. 굉장히 편하더라. 좋은 방법을 알려주어 고마워.

너가 내리던 날 새벽, 나는 실은 좀 더 일찍 깨 있었어. 내 휴대폰이 gps를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실은 너가 내리기 두 시간 전부터 일어나 있었지. 서둘러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보니 너가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더라. 바로 일어나면 뭔가 멋없어 보이는 것 같아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시계를 보니 너가 내리기로 한 6시에서 14분이 지나있더라.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앉아보니 열차는 달리고 있더라. 
너와 나는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말없이 앉아 있었어.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어. 어차피 가야할 사람은 가야하고, 나는 열차 안에 남는거지. 우리는 꽤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이런 아쉬운 감정은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어. 

내가 그려준 너의 얼굴이 마음에 들길 바라. 너는 생각보다 잘생기게 그려진 그림을 보고 굉장히 활짝 웃었지. 그런데 내가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야. 너는 굉장히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환해 보이더라. 그게 너의 가장 큰 강점이겠지? 내 친구들이 너에게, 그리고 너의 친구들에게 선물한 매듭 반지도 너의 웃음과 너의 친절함에 대한 보답인 셈이지. 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 나도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어. 분명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으로 인상적인, 좋은 의사선생님이 될거야.




부디 꿈을 이루길.
나도 네가 말해준 내 이름 '미루'가 러시아어로 'peace'라는 의미를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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