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으로 얻은 깨달음
저는 평소에 러닝을 즐겨합니다. 러닝을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5km도 헉헉 대며 뛰었지만 지금은 평소에 10km씩 뜁니다.
5km를 뛰는 데에 익숙해지기 까지는 서너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이때에는 정말 매 분 매 초 온갖 죽상을 하며 마치 극기 훈련을 하는 것처럼 힘겹게 뛰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몇 번의 계단식 성장을 거쳐 지금은 10km 정도를 뜁니다. 이보다 더 뛸 수 있긴 하지만, 저는 이 정도면 현재 몸 상태에 가장 적당한 자극인 듯하여 거리를 늘리고 있지는 않아요.
몇 달 전까지 Nike Run Club 앱을 항상 켜고 달렸습니다. 사용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앱은 초반에 목표 거리를 설정하고, 러닝을 시작하면 km당 몇 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매 1km 지점마다 브리핑을 해줍니다.
나이키 앱과 함께 뛰면서 '초반에는 6:50 페이스로 천천히, 중반부는 6:00, 후반부는 5:00' 까지 속도를 올리는 저만의 패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매 1km 마다 그 속도로 뛰는 저를 나이키 앱에게 확인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6개월을 동일한 페이스에 맞춰 뛰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거기에 맞춰 제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턴을 머릿속에 입력해놓으니 제 몸이 거기에 맞춰 그 이상을 안 뛰게 되더라고요. 정확히는 '못' 뛰었습니다. 초반에 6:50이 아닌 6:30 정도만 뛰어도 금방 숨이 차고 옆구리가 쪼여왔습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후 저는 나이키 앱을 끄고, 그날의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뛰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뛸 거리만 정해놓고 다 뛰고 난 후에 전체 소요 시간만 한 번 체크하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뛴 이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이키 런 앱을 쓸 때보다 오히려 실력이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4~5번의 러닝 결과 매 번 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호흡 및 컨디션도 좋아져서 그 전보다도 훨씬 가볍게 뛰게 되었습니다. 오늘 러닝은 12km 를 뛰었는데 63분 대에 들어온 걸 보고 제 스스로도 놀랐어요. 이렇게 빨리 뛴 기억이 없는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나이키 런 앱을 끄고 자유롭게 달린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매 번 뛸 때마다 스스로에게 제한을 걸고 있던 것 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계는 내 스스로 정한다'라는 말을 어렴풋이 믿고만 있었지, 이렇게 명확한 차이를 경험하니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단 러닝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 저 스스로에게 어떠한 제한을 걸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러닝을 통해 배운 것은 단순히 거리와 속도가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해 나갈 일들에 대해서도 그 누구의 말이 아닌, 나를 믿고 지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 저녁 러닝 후 얻은 감상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