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순적하게

by 이열진

삶의 진폭이 그닥 크지 않았던 내가 휴직기간동안 할 수 있었던 원대한 사명은 딱히 없었다.

계기와 변화를 그토록 사모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구체적인 키워드조차 없었다. 다만 올해 내 일기장에 써놓은 다짐이라면 1) 좋은 사람들과 2) 작은 실험을 해보고 3) 결과를 목도하고 싶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서른줄 인생에서 무언가 계기가 있었으면 했고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정체된 일상을 뚫고나와 방향이라도 알려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내고 어딘가에 나를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순적'하게 다음 단계로 이어졌으면 했다.


때마침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전사업을 종료하고 새로운 사업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했다. 유저들이 공유하는 텍스트와 앱내의 다양한 활동들을 정량화 및 시각화 시켜주는 앱. 긍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영향력으로 바꿔주는 비지니스라니. 정말 좋은 냄새가 났다. 하지만 생계형 직장인으로 정의내렸던 나는 선뜻 함께 할 용기가 나지 않았고 안부와 근황을 전하는 정도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 후, 이 곳이 휴직기간동안 내 행선지가 되었다.


사람이 생각을 품으면 언젠가는 삶에 베어나오기 마련인가보다. 때마침이라는 계기가 삶의 일부가 되기까지는 오해도 있고 시간이 걸리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순적하다고 해서 마주할 단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휴직을 위해서 응당한 설득과 협상이 필요했고, 최저시급도 안되는 임금으로 일하는데다가 포항집을 다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하는 수고를 동반했다.


Just Thank You,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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