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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Mar 01. 2024

기도

반성의 시간

매일 아침 묵주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기도의 지향은 나의 아이와 우리 가정, 그리고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가정이다. 지금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도를 하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기도와 기다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되는 요즈음은 아이를 키우며 그동안 내가 범했던 잘못된 행동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생각이 짧고 모자란 엄마였는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아이 마음을 먼저 생각하지 못했던 이기적인 엄마였는지 잘못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로 마음이 아파온다.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말을 하고 인지능력이 생길 무렵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었다. 무료로 유모차를 대여하기 위해 나는 아이가 보고 듣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의 나이를 속여서 말하고 유모차를 대여했다. 그때 아이가 " 나는 두 살 아니야, 나는 세 살인데..." 했던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부모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을 나는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올바른 가치관 보다 돈 몇천 원이 더 중요했던 사람이었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뛰어놀다 또래 아이들과 마찰이 생겨 다투고 있을 때 나는 상황을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아이의 생각이나 기분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아이에게 엄한 표정으로 무조건 꾸짖고 양보하라고만 했다. 나에게는 주변 엄마들의 시선과 그들과의 관계와 내 체면이 더 먼저였고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한 번은 아이가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인  "엄마는 도대체 누구 엄마야!"라고 했던 말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에게 언제나 따뜻하고 때로는 든든한 느낌의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주지 못했었구나. 아이는 나를 온전히 신뢰할 없었을 거고 그동안 억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었을 때에도 마땅히 의지할 없이 혼자 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내왔겠구나. 그러면서 많이 외로웠겠구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나의 생각만을 강요했고, 설득했던 일들이 아이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했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갔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것을 배우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길을 시행착오 없이 쉽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던 내 행동들이 아이가 중심이 되지 않는 내 고집이었고 내 이기심이었다.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니었음을, 수없이 넘어지면서 아이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에게는 따뜻한 가정과 조건 없는 응원과 지지가 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알 것 같다.


어느 신부님께서 강론에서 무식한 엄마여서 기도밖에 해줄 수 없음을 항상 미안해했다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시며 당신의 어머니를 엄마로 만나게 해 주셔서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이 내 어머니여서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엄마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아이를 모자란 엄마라서 키우지 못한 것을 오늘도 반성한다.

'주님 저의 잘못을 보지 마시고, 주님이 사랑하시는 우리 안드레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로 아픈 마음과 상처 어루만져 주세요. 늘 주님 함께 하여 주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세요. 주님께 온전히 봉헌합니다'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기도하며 성찰하며 좀 더 따뜻하고 배려 깊은 마음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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