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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Apr 10. 2024

소망

행복해 지고 싶다

지난 새벽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다. 좀처럼 달라지지 않은 아이와 대화가 없는 집안 분위기에 하루종일 우울한 생각으로 지내다가 밤에 잠이 들었는 데 코와 입이 막힌 것 같은 느낌에 헉헉 대며 잠을 깼다. 꿈속에서 가위에 눌린 건 아닌데 잠에서 깨고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가끔이지만 이런 날에는 내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점점 망가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새운다. 

    


'내가 지금의 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변화가 없이 지금의 상황이 고착화되어갈수록 솔직히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벽 6시가 되면 나는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나만을 생각하고 아픈 나를 충분히 위로해 주지도 못한 채 아무 일 없는 듯이 사람들과 부대끼고 또 다른 자리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마음을 쓰며 매일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내 상황이 서글프다고 여기면서.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책임'이라는 말로 내 어깨에 스스로 짐을 지우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할 것 같고 그게 맞는 것 같고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내 불안이 만들어 낸 정당성 때문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당장 해결할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나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고, 나를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내 상황을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고 그렇게 나의 가족에 대한 문제를 아주 오랫동안 회피하고 방치해 왔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게 잘못이었다는 생각을 요즘은 뼈저리게 하게 된다.


문득 어릴 때 보았던 동화책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면 어디도 갈 수 없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지금까지의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내가 목적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매번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까 눈치를 보았고 방향성 없는 일관되지 않은 선택을 해 왔었던 것 같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방향을 모르니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할지 모르고 그때그때의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 채 우왕좌왕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내가 가여운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었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여전히 막연하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무엇을 보다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내가 중심이 되어 나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 정말 진정으로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도 가족에 대한 아쉬움도 나를 든든하게 세우고 내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매달리는 게 아니라 좀 더 현명한 사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나를 찾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 내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들이 나에게 자신감이 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고 잘못 산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꼭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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