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D-43일

by Eunice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던 말씀 그대로 당신 친히 섬김의 삶을 보여 주신 예수님,

저희 아이들도 단지 성공을 위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섬기는 사람의 길을 가기 위해 이 어려운 과정을 걸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낮이 짧아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다난했던 지난여름의 기억이 조금씩 옅어져 가고 있는 만큼 나도 아이도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문득 지금의 변화된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과 같고 정말 정말 다행이다 싶은 생각에 거듭 마음을 쓸어내리곤 한다.


4개월 전인 지난 6월만 하더라도 아이의 상황은 생사를 걱정해야 할 만큼 매우 좋지 않았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가족과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고 있는 아이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거실에는 CCTV를 설치했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즈음 아이는 에어컨도 없는 방안에서만 있었고 CCTV에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었다. 잘 먹지도 않고 푹푹 찌는 밀폐된 방안에만 있는 아이 때문에 매일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런 희망 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학교에 등교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이는 그때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환청처럼 익숙한 성가가 들렸다고 했다. 어렸을 때 성당 주일학교에서 불렀던, 그래서 귀에 아주 익었던 성가의 음과 노랫말이... '널 따란 잔디밭에 뒹굴고 싶은, 우리의 예쁜 마음을 받아주세요~'. 그래서 묵주를 손에 들고 그 새벽에 성당을 갔다고 했다. 그리고 성당에 가서 앉아 있으니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다시 갑작스럽게 등교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는 그렇게 점점 무너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면서 삶의 끈을 붙잡으려고,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주님은 그렇게 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셨고 우리 안드레아를 사랑하고 계심을 보여주셨다. 아이의 얼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면서 나는 다시 아이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아이는 퇴행행동을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그동안 못했던 엄마에게 부리는 어리광이라고 생각되었다. 둘이 가능한 계속 함께 붙어 있었고 손을 꼭 잡고 일상을 같이 했다. 성당도 나가고 마트도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아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많이 이야기하고 또 함께 많이 울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먹먹하고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내가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를 생각한다.주님, 지금의 이 시기를 아이가 잘 견뎌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그리고 주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처럼 저희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항상 섬기는 마음으로 아이를, 가족을, 이웃을 대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오늘 하루 평안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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