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일
힘과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도 말고 당황하지도 마라 (1 역대 22, 13)
요 며칠 매일 아침에 도시락을 싼다.
수능 도시락을 미리 싸 보며 아이가 잘 먹는 반찬으로 수능날 어떤 반찬을 해주면 좋을지 결정하기 위함이면서, 또 아이에게 시험 때까지 라면대신 밥을 먹게 하기 위함이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 매일 새벽 계획한 시간에 일어나지고 계획한 대로 도시락을 싸 놓고 출근할 때는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계속 아이가 그 도시락을 잘 먹어주고 있다. 모두가 주님 은총인 것 같아 감사하다.
오늘은 기도 중에 문득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이 떠오르면서 내가 참 믿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종일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니까 집에 퇴근해 아이가 자고 있으면 '종일 늘어지게 자고 있었던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주말에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가 밥을 먹으러 집에 들렀을 때 핸드폰 게임 영상을 보면서 식사하는 걸 보면 '스터디카페에서도 종일 저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잠깐잠깐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대화가 원활하지 않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아이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주님에 대한 믿음도 다르지 않다.
'주님께 아이를 내어 맡깁니다.'라고 기도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여름 아이가 깊은 우울증으로 심리상담치료를 받았을 때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는 아이를 분명 보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아이가 반항을 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때 분명 아이는 누구보다 행복해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아이를 믿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낮시간 아이는 자기의 페이스 대로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름의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나름의 생각으로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시험에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주님이 분명 도와주실 것이다.
우리 아이의 속도로 스스로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주님께서 늘 함께 하며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시험 이후의 상황도 왠지 긍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먼저 생각하고 나의 믿음이 아이에게 진심으로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의 시간이 나도 아이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주님 언제고 아이가 자신이 헤쳐 가야 할 어려움에 담대하게 맞서게 해 주세요.
저희에게도 담대한 마음을 주시어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