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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Oct 08. 2019

신도시를 걷다가 맞은 현자타임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한 달여 전, 나는 볼 일이 있어 신도시에 있는 신축 아파트 상가를 들렀다.

여유로운 주차 공간과 상가 바로 앞에 펼쳐진 푸른 공원이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나도 모르게 그 공원에서 나무 사이를 가볍게 조깅하는 내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나중에 부동산 어플로 우리집 매매가 보다 몇 억이 비싼 그동네 아파트의 전세값을 확인하고는 얼마나 풀이 죽었는지.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생각 보다 많다.


그 후로 가끔 나는 부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는데 어느날 예전에 읽었던 김승호 회장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부자로서 짜릿한 기쁨을 느낄 때는 부자라도 부자로 살지 않을 때다.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행복이 가장 큰 행복일 때가 많다. 가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에 들리는 일이다. 이러한 행복은 양쪽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주고 스스로 돈 아래 있는 것이 아닌, 돈 위에 있음을 공고히 하는 행위다.


오마하의 현인 워랜 버핏은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세간에서는 그의 교양과 신념을 들며 높이 사곤 하는데 김승호 회장의 말을 빙의해 보면 결국 비싼 차나 집은 언제든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더 맞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예를 들어 나에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나는 많은 선택지를 주억거리며 기회비용을 따지게 될 것이다. 즉 이 돈으로 애들 학원비를 할 지, 조촐한 가족 여행을 할 지, 그냥 저축을 할지를 고르는데 그 모든 선택은 기회비용을 포함한다.  만약 내가 그 돈으로 아이들의 학원비를 충당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100만원어치 가족여행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 인것이다. 하지만 부자에게 있어서 100만원은 그 돈으로 무얼 하든 큰 기회비용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정량적인 기회비용은 내포하겠지만 이를 상쇄할 경제적 여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거의 0원으로 보아도 무방한 경제적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비싼 차를 구입하더라도 가진 자본의 한계로 인한 기회비용은 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며 반대로 부자가 가지는 기회비용은 상당히 낮다. 이렇듯 자본주의의 발달로 팽창한 개인의 부의 축척은 그 절대량만으로 따지기엔 무의미할 정도고, 갈수록 그 격차는 벌어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68753&ref=D

불과 5년 전에 연봉 1억이면 상위소득 5% 안에 드는 소득이었지만 현재는 3.5억을 벌어야 소득 상위 5%에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소득하위구간의 명목소득도 동반 상승했을까? 그럼 2,900원짜리 짜장면집의 존재이유는 어디에다 물어야 할 것인가. 기사에서는 소득 3만불 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외벌이 가장은 1.2억 연봉을 벌어야 흔하디 흔한 종모양 정규분포의 정 가운데에 위치할 수 있다고 한다. 동의하기 힘들고 억울한 수치다.


이쯤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상위소득구간에 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을 해야 할지, 소득양극화를 걱정해야 할지, 아니면  YOLO족 대열에 합류 해야 할지. 나는 언제 쾌적한 아파트 단지에서 조깅을 할 수나 있게 될지.


공평치 못한 세상에 김승호 회장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공평하지 않은 이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높이 솟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가 열심을 부릴 자신이 있고 누구보다 끈기와 열정을 오래 품을 자신이 있다면 공평하지 않음이야말로 거대한 곡식 창고인 셈이요 멋진 사냥터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억울하고 분했던 청년 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스무 시간씩 일을 해도 해결되지 않던 가난이나 매번 부족한 은행 잔고 때문에 급기야 원형탈모까지 생겼고, 사업 실패는 좌절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내가 세상에 실망해 그나마 공평한 세상에 안주하고 싶었다면 사업보다는 직장을 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노력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있다면 내 노력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사업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많은 자기개발 서적이 그렇듯 어쩌면 이는 다수의 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주관적인 경험담으로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를 쌓자마자 보상 받듯 사치품을 사고 과시하기 보다 식당 옆 테이블에 앉은 일군의 이름 모를 군인을 위해 음식값을 지불하거나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나누기 위해 미국으로 초대하는 항공료를 얼마든지 내어줄 부를 추구한다면 목표로 삼을만하지 않을까?  물론 깨끗한 신도시 아파트에서 살아볼 수 있는 옵션도 조심스레 끼워보고 말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476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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