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안동 식당은 영업 중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날, 출근은 한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기를 정말 잘했다. 처음의 출근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길을 떠나보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2-3개월 안에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은 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2개월은 넘겼다. 이대로라면 안동 식당에서 한 끼를 한 사람들의 식구들과 조촐한 송년회를 기획해보아도 되겠다.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할 목적의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아무 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는 것처럼 막연한 일이었다. 메뉴를 정하는 일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이를 토대로 장을 보고, 적당한 수량을 만드는 것 은 어렵다. 나는 여전히 수정과 시도를 반복하는 중이다. 시즌2를 오픈 하기 직전, 음식 맛이 좋다고 하던 시즌1의 손님들이 내 음식을 맛 본 후 실망하여 다시는 찾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아마 안동 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 맛 때문이 아니었을 거야.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어. 안동 식당 손님들이라면 당신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 거야."

  

남편은 내게 두려움에 매몰되어 또 사람을 놓치고 가려던 찰나, '손님'의 존재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운전을 배웠다. 처음 나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을 사람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나를 사로잡을 때면 기억하려 애쓴다.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기거든. 반대편 차선으로 달리는 운전자가 내 차선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거든."

사람에 관한 몇 번의 강렬한 기억으로 다시는 사람을 믿지도, 누구와도 함께하는 멍청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까지는 아니어도 균형에 대한 신뢰가 나를 작동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변칙이나 불법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람으로 인해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있다. 동시에 그 사고를 해결하고자 돕는 손길도 있다. 균형. 이차원을 넘어 삼차원의 시각으로 보면 가해-피해의 무너진 수평이 사고를 해결해나가며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 보인다.

안동 식당의 시즌 1이 강제 종료되고 한동안은 가해-피해라는 이차원으로 내게 일어난 일들을 바라보고 이해하였다. 하지만 그렇게는 해서는 사람에 대한 좌절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시즌2로 영업을 재개하며 시즌1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매일의 꾸준한 노동을 하는 것, 약속한 날에 문을 여는 것, 하나의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보는 것,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공간을 홀로 지키는 것, 시즌 1 당시 홍보를 위해 시작한 sns 계정으로 망설이지 않고 나를 드러내는 것, 식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른 범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비껴서지 않고 일상을 채우며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시즌1의 스테프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이제 비로소 홀가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전국에 찾아다녀야 하는 맛집은 셀 수 없이 많다. 맛집 리스트의 서열에 들어서야 식당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 텐데,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맛집은 아니어도 또 오고 싶은 식당. 별로 특별할 것은 없지만, 이야기가 있는 공간. 마음을 채우는 한 끼 <안동식당>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