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은 곳곳에 탑으로 쌓아 올린 책 무덤 사이 책방 노인이 신문을 읽는다. 이곳에서는 자칫하면 공든 탑이 쓰러질지 몰라 오직 주인만이 본인이 닦아놓은 발 길을 따라 조심히 움직일 뿐이다.
미닫이 문 밖으로 언젠가 책방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대기하는 책들이 마치 텃밭에 잘 자라고 있는 죽순들처럼 경쟁하듯 높이 솟았다. 하지만 안에 있는 책들이 세상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해 키만 키울 뿐이다.
책 무덤에 파묻혀 있는 노인은 등이 굽어 이제 정면을 잘 쳐다보지 못한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니 친구도 없다. 하루 종일 말할 일이 없어 말도 귀도 잘 안 된다.
책은 노인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책 무덤에 뒤 섞여 노인은 이제 시간이 단절된 공간에 갇혀 서서히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