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완벽한 바디 프로필 사진과 바꾼 생리불순

딸아이가 학원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나는 차 안에서 SNS를 스크롤하고 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완벽한 몸매의 사진들. 그중 한 장의 사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찰랑이는 갈색 머리카락, 탄탄한 복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 그 아래에는 '#노력의결과 #3개월의기적'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려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 완벽해 보이는 사진 한 장 뒤에 얼마 전 내원했던 환자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8세, 그녀는 조금은 불안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6개월 전, 그녀 역시 SNS에서 본 바디 프로필 사진에 매료되어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결정 이후 그녀는 예전과 다른 몸 상태에 걱정하고 있었다.

"처음엔 정말 신나고 즐거웠어요. 매일 체중계 위에 올라가 줄어드는 숫자를 보는 게 마치 성취감을 주는 게임 같았거든요."

그녀는 10kg 이상의 체중을 감량했지만, 그 대가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과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생리는 4개월째 없었고,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진찰대에 누운 그녀의 모습은 SNS의 그 화려한 사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친 얼굴, 탄력 없는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생기를 잃은 표정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혈액검사 결과는 그녀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FSH와 LH, 에스트로겐 수치는 바닥을 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올라가 있었다. 약간의 빈혈도 보였다. 그녀의 몸은 아우성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발 나를 그만 괴롭혀 달라고.'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몸은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신체는 섬세한 균형 위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균형이 깨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완벽한 몸매를 위해 당신의 건강을 희생할 가치는 없어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건강을 회복해 나가 봐요."

나는 그녀에게 적절한 영양 섭취, 힘들지 않은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천천히 다시 예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가면 생리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고 건강도 회복될 수 있을 거라 설명해 주었다.


차에서 딸아이를 기다리며 학원에서 웃으며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사춘기인 딸아이도 부쩍 통통해지고 배가 나왔다며 다이어트를 말하곤 했는데, 이런 SNS 사진 등을 통해서 아이들도 그리고 어른들도 잘못된 바디이미지를 갖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가 정말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순간의 화려함일까, 아니면 지속 가능한 건강과 행복일까.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완벽해 보이는 바디 프로필 사진 한 장.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아는 지금, 그녀들이 더 이상 그런 사진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대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37세,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은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