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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의 날에 생각하는 여성의 몸

오늘은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이다. 며칠 전부터 '임산부의 날' 관련 병원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왜 하필 10월 10일일까? 궁금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풍요와 수확의 계절인 10월과 임신 기간 10개월을 상징한다고 한다. 숫자의 우연한 일치 속에서 깊은 의미를 찾는 우리 문화의 특징이 엿보여 흥미롭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나는 매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성의 건강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임신과 생리의 관계에 대해 곱씹어 보고 싶어졌다. 많은 이들이 이 둘을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


내 진료실에 찾아온 31세 여성, 그녀는 결혼 3년 차에 첫 아이를 갖고자 노력 중이었다. 평소 28일 주기의 규칙적인 생리를 하던 그녀가 어느 날 내 앞에 앉았다. 생리 예정일이 5일이나 지났는데도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의 눈에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여성의 몸이 얼마나 놀라운지 실감했다.

검사 결과, 그녀는 임신 5주 차였다. 아직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할 수 없는 시기였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생리의 중단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된 것이다. 


임신과 생리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생리 주기 동안 변화하는 호르몬들은 임신 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들은 임신의 유지와 태아의 발달에 필수적이다. 매월 자궁내막이 두꺼워졌다가 탈락하는 과정은, 사실 임신을 위한 준비 작업이나 다름없다.

가끔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양이 많아서 힘들어 내원한 환자들이 묻곤 한다. "왜 생리가 있는 거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생리는 우리 몸이 매달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임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임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이런 불편한 생리를 약물등을 위해 조절할 수 있지만, 임신을 준비해야 한다면 불편해도 조금은 참아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설명을 들으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리부터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 - 이 모든 과정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단계가 우리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존재다.


임산부의 날,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임산부들의 용기와 힘을 기억하고, 동시에 모든 여성들의 몸이 가진 놀라운 능력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우리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속에서 삶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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