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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첫 생리와 생리통

그녀들의 생리에 관한 사정

12세, 딸아이보다도 한 살 어린아이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내원 이유에 "생리통"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통은 엄마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는 아빠와 함께 왔다.

처음 온 산부인과가 낯설고 무서울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지난달 생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아팠어요. 선생님, 생리를 할 때마다 이렇게 아플까요? 전 다음 생리 시작이 무서워요.”


나는 딸아이보다도 키가 아직 덜 큰 것 같고, 생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이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생리양은 어땠니? 너무 많아서 생리대가 넘칠 정도는 아니었니? 생리통약은 어떤 것을 먹었을까? 몇 번이나 먹었니?”

아이는 똑똑하게 대답해 주었다. 생리양은 많지 않았고, 생리통약은 하루에 두 번 정도 이틀 동안 타이레놀을 복용했다고 한다.


생리통은 일반적으로 원발성 생리통과 이차성 생리통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여성은 원발성 생리통을 경험하는데, 이는 특정한 기저 질환 없이 발생한다. 원발성 생리통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 때문에 자궁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일어난다. 이런 수축은 자궁 내막을 탈락시키고 생리혈이 배출되는데 도움을 주지만, 강한 자궁 수축은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통증을 일으킨다.


반면, 자궁이나 골반에 특정한 질환이 있을 때 발생하는 이차성 생리통의 주된 원인으로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골반염, 자궁기형 등이 있다.


생리통은 대부분의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그 강도와 빈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만약 심한 생리통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원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경을 시작하고 처음 생리통을 겪는 아이에게 프로스타글란딘이나 자궁근종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군다나 아빠와 함께 내원했기에 이런 것을 아빠에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는 복부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설명했다.


“생리통에 가장 효과가 없는 진통제가 타이레놀이야. 생리통을 일으키는 성분이 네 배 속에서 생성되는데, 타이레놀보다는 이부프로펜 계열 약이 더 효과적으로 생리통을 일으키는 성분이 나오지 않게 해 주거든. 약국에 가면 이지엔 6, 게보린 같은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생리통이 심하다면 생리통이 시작된 후 약을 먹으면 조금 늦을 수 있어. 생리 전날부터 하루 세 번 정도 약을 미리 먹으면 생리통을 예방할 수 있어.”


“선생님, 다음에도 아프면 어떡해요? 생리를 안 할 수는 없을까요?” 아이가 질문했다.


“생리를 안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고 피임약을 먹을 수 있는 나이인 14세가 되면 생리를 늦추거나 피임약을 통해 생리통을 조절할 수 있어. 하지만, 아직은 네가 너무 어리단다. 그리고, 지난달에 초경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은 매달 생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어. 뇌와 난소로 연결되는 호르몬 경로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다음 달에 생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시 생리를 하더라도 이제는 익숙해질 수도 있으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안심시켰고, 아버지께도 다시 한번 설명드렸다.


“아버님, 앞으로 아이의 생리 주기를 잘 체크해 주세요. 생리주기가 한 동안은 들쑥날쑥할 수 있어요. 너무 오랫동안 안 해도 너무 자주 해도 문제가 되니 그럴 때는 꼭 병원으로 오셔야 해요. 그리고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생리통이 있으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 주셨으면 해요.”


12살. 요즘 아이들은 빠르면 초경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오늘 내가 설명한 것들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아이의 생리가 생리통 없이 잘 지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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