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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han Jun 10. 2019

카페로서의 알렉스룸

잘하지는 못해도 미안하지 않을 만큼.

카페라는 건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사람들을 들이는 것. 처음엔 커피가 어렵고 사람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직장인들이 한 번쯤 꿈꾸는 카페 사장이라기엔 알렉스룸은 거리가 멀었지만, 어찌 됐거나 누군가가 오고 무엇을 내어야만 했다. 커피와 사람, 두 가지 다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가 어렵기는 했지만 의외로 간단한 기본을 생각하자 쉽게 풀렸다. 좋은 재료와 정성이 있으면 음식은 맛있다는 진리. 알렉스룸은 다른 상권에 비해, 그리고 존재 이유가 달랐기 때문에 재료비를 충분히 여유 있게 감안할 수 있었다. 애초에 오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아야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평소 카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페어 등을 돌아다니며 많은 음료를 마셔보고, 일반적인 영업장에서 쉽게 쓸 수 없는 좋은 원료들을 수집했다. 다행히 커피 머신도 어디서 얻어와 좋은 원두와 기계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 수 있었다. 라떼 아트라던가 가니쉬를 이용한 데코레이션 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부족했지만 그저 본질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레시피를 정량화하고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누가 마셔도 적어도 너무 맛이 없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을 자신이 생겼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람 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내가 정말 스트레스-프리 상태로 이를 즐기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오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아야 하니까. 실제로 가오픈을 하고 처음 2주간은 어깨가 뭉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마구 오는 붐비는 공간이 아님에도, 나만의 작은 공간이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았다. 처음 왔던 손님들은 내가 어떻게 잘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당신이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과욕으로, 오히려 불편함을 주고 결국 여럿 쫓아낸 결과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그것도 또 곧 익숙해졌지만.


가오픈을 하고 4주, 그리고 다시 문을 닫았다. 다시 일주일 정도 고민.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괜찮겠지. 생각해보면 이 방에서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메뉴를 정리하고, 다시 편한 마음 가짐을 갖기로 하고 알렉스룸을 카페로 정식 오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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