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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비 Aug 12. 2019

세상을 보기 전, 흙으로 돌아가는 이들

너희에게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

뉴스 리포트를 나갔다. 



곡성의 한 작은 마을.


죽을 날을 이미 받아 둔 생명들을 만났다.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들. 

어쩌면 강아지라는 말보다 '꼬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어미는 벌써 운명을 아는 건지, 다가가도 새끼들을 안은 채 눈만 꿈뻑였다.


법이 생명보다 위에 있는 것인지, 예쁜 세상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이 젖먹이들은 곧 흙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먼저 떠난 두 형제들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생명이 이다지도 쉬웠던가. 




오늘로 4일 남았다. 



어미는 이렇게 허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볕이 겨우 드는 폐허 속에서, 꼬물이들에게 세상을 선물했을 어미 개. 




부디 4일 안에 기적이 있길 바란다.

행여 부서질까, 발 한 번 만져주지 못하고 돌아온 내 모습이 되려 밉다.

일면식도 없었던 너희들에게 이렇게 연민이 쏟아지는 건, 

숨을 같이 쉬는 생명으로써 건네는 미안하고 죄스러운 손이다.






눈을 뜨지 못하고 숨만 나눴던 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던 어미 개에게.




* 유기견 보호소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강아지들을 안락사시키도록 되어있습니다. 

오늘 만나고 온 강아지들의 경우, 군 단위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에 머무는 중입니다. 이제는 시골 장터에서 반려 동물을 파는 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유기견의 경우 관할 보호소에서 일정 기간 보호 후, 분양을 하거나 안락사를 시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 단위 보호소 주변엔 강아지들을 분양해 가실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이 강아지들은 8월 16일에 안락사 예정이라고 합니다. 뉴스는 내일 (12일)에 나갈 예정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에라도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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