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택시가 많이 돌아다니는 밤이다. 가끔은 오토바이 소리도 들려온다. 늦게나마 집을 찾아 헤매는 덜덜거리는 바퀴의 굴레와, 누군가를 걸러내려 새빨갛게 누워있는 차단선도 보인다. 신호가 꺼진 횡단보도에서 고개를 기웃거리지 않는 사람도 가끔가다 보인다. 내일이면 출발점이 될 종착역을 향해 힘없이 달리는 소리만 큰 버스의 꽁무니도.
나는 곧 이곳을 떠난다. 베란다 너머 안개 자욱하게 바라보던 맞은편 건물의 윤곽도 이제 곧 사라진다. 나의 발끝을 지켜주던 울타리들과도 곧 작별이다. 사랑하는 고양이들과도, 무엇보다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들과도 안녕이다. 나를 괴롭게 했던 지난날의 아우성들과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에서 사랑하는 것마저 놓고 뛰쳐나간다 한들 나는 진정 자유로워지는 걸까. 드문드문 움트던 저 계절의 싹들이 문득 그리워지진 않을까. 야심한 밤에 별 보다 반짝이던 흰빛들을 잊어버리게 되진 않을까.
나는 참 걱정이 많다. 하나의 화분에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해주는 일 만큼이나, 매일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게 참 힘이 든다. 보랏빛 하늘을 보면 그리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것만큼은 어딜 가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도 여전히, 쌓여있는 걱정들이 참 많다. 내일이면 변하는 것들도 오늘이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그래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