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아 드디어 나에게도 작가의 말을 쓰게 될 기회가 오다니 영광이다. 이토록 하고 싶었던 거, 사실 내가 이렇게 기회를 만들면 되는 거였는데 그동안 왜 하지 않았을까? 여담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앵무새 화장법]은 한 존재의 화장에 대해 다룬다. 즉 화장을 함으로써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 중에서 그는 화장을 함으로서 어떤 사람에서 지수라는 인격체가 된다. 앵무새가 되고 싶은 지수는 화장을 노랗게 했고, 지수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궁금증이 많을 것 같아 끊임없이 되물을 수 있는 앵무새가 되기로 했다.
지수 이전의 사람은 그저 살아있는 무언가 일뿐, 살아가려고 하는 무언가는 아니다. 이 소설에서 공들여 화장을 하는 시간은 세월을 들여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뜻한다. 지수가 되기로 결심한 어떤 사람. 작은 영혼은 원하는 때에 화장을 하여 지수가 될 수 있다. 원하는 장소에서 지수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원하는 시점에 더 이상 지수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화장을 지우는 것. 즉 또 다른 <화장>을 함으로써 사라지는 것 말이다. 껍데기를 만들고, 껍데기를 죽이는 일. 이것이 어떤 사람이 선택한 삶을 배우는 방법이었다.
이미 그는 준호와 헤어지고 더는 지수로 살지 않을 테니, 지수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모두 했을 테다. 그러니 이제 그를 다시 그저 어떤 사람이라고 부르자. 그는 다음에는 누구를 닮은 모습으로 어떤 화장을 하고, 어떤 새가 되어 우리에게 날아올까? 그는 지금쯤 어떤 삶을 살아보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있을지 모르지.
어떤 사람이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사람은 이제 지수가 아니라면 뭐든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