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분의 삼 Apr 21. 2018

효과적인 위로의 방법에 관하여.

백 마디의 말 보다, 따뜻한 밥 한끼가 주는 위로에 대해.

위로.

나는 항상 위로가 어려웠다.


삶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를 위해, 정말 진심을 다해서 함께 고민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타개책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위로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한테 혼나려고 이 얘기를 꺼낸건 아니었는데" 였다.


또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있는 친구를 위해, 정말 진심을 다해서 그의 사상과 견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는 나도 세상에게 그런 취급을 당한 적이 있으며, 나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해줬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편견과 싸우고 있고, 그 모든 문제에는 언제나 해결책이 있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의 말은 나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야" 였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조금, 아니 매우 충격을 받았다.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는 '훈육' 으로, 나아가서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 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때부터, 효과적인 위로의 방법이 무엇일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내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은 내게 찾아와 위로를 구했지만, 나는 내가 또 다른 상처를 줄까 두려웠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어떤이는 그것으로 만족했지만, 어떤이는 내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날 더러 어쩌라고 !!!

솔직히말해, 애초에 내가 준 상처도 아니잖아 !!!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쯔음.

나에게도 힘든 상황이 닥쳐왔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받지않으면 견딜 수 없을것 같은, 그런 상황이.




정작 그 상황에 놓이고 보니,

곤경에 처한 사람의 심리란게 그랬다.

"괜찮아 질거야" 또는 "나도 다 겪어봤어" 식의 발언이야말로 손톱만큼의 위로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고, 그 말을 건넨 이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여력같은건 없었다는 말이다.   


대체 나는 언제 위로를 받았는가.


기억나는 위로의 순간은 언제고 밥상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나를 이유없이 불러내고, 맛있고 따뜻한 밥을 먹였다.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보다는 그 상황 속 나의 마음을 물었다.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삶에 닥친 불행에 괴로웠을 나의 마음에 공감해 주었다.


이 대화가 끝났을 때,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진척도 없었다.

바뀐것이 있다면, 가시를 세우고 곤두서있던 나의 마음이, 따뜻하고 배부른 기분으로 물들어 있었다는것 정도.


물론, 계산할 때가 다가오니 가시가 한 두가닥 정도 다시 튀어나오긴 했다.

그 시기, 나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곤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밥값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잔고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는 그저 말 없이 계산 했다.


그리고는 씩 웃어보이며 다음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기쁜 마음으로 사면 된다고 했다.




그러한 위로를 받고나니, 나는 그간의 나의 최선이 얼마나 답이 없는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나의 어줍잖은 이해나 참견을 바라는게 아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문제 아닌 상대방의 마음에 집중 하는것,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상대의 필요를 미리 알아 채 주는 것.

그것이 효과적인 위로의 방법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지금, 주변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내가 볼때는 ... "

또는

"나도 다 겪어봤어 ... "

라는 말은 입안에 가둬두시라.



이번엔 "밥 먹자" 로 위로를 시작해보는게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 '고등 래퍼'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