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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 Mar 16. 2020

부러 애쓰는 마음

엄마의 삶의 방식

 얼마 전 엄마는 이사를 했다. 어르신들이 으레 그렇듯 엄마는 오래된 물건을 쉬이 버리지 못했다. 십수 년 전에 사고 이제는 펼치지도 않는 책들, 유행이 지나 입지 못할 옷가지들이 집에 그득했다. 자식들을 모두 타지로 보내고 혼자 사는 엄마의 살림살이는 우리와 그녀의 오래된 물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집에 갈 때마다 종종 엄마에게 묻고는 했다. “엄마 이건 언제 버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 혼자서는 버리지도 못해. 담에 이사 가면 치울 거야.”하며 얼버무렸다. 그런데 정말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부산 강서구에서 수영구까지는 꽤 먼 거리고, 드디어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는 엄마의 음성이 핸드폰 너머로 들렸다.


 이사를 이주일 앞두고 나와 동생은 본가로 내려갔다. 쓸모를 다한 물건들을 현관으로 옮겼다. 현관문을 나가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을 내놓는 곳으로 옮기려는데 엄마가 한 마디를 거든다. “그건 거기에 버리면 안 돼.”


 엄마는 집 바로 아래 있는 재활용품 수거장을 마다하고 책과 옷가지를 차 트렁크에 옮기기 시작했다. 도착지는 엄마의 부동산이었다. 엄마의 가게에는 종종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찾는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수레를 끈 노인이 왔다. 노인의 수레는 곧 가득 찼다. 


새로 이사한 엄마의 집은 바다와 더 가까워졌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를 종종 하는 엄마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노인의 수레를 채워준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좀 했다. 일부러 그러지 말아라, 허리도 아픈데 그동안 몇 번이나 사무실까지 짐을 옮겼던 거냐. 엄마는 묵묵부답이었다.


 서울로 돌아와 재활용품을 내놓을 때면 박스나 폐지에 더 신경이 쓰인다. 다세대주택과 원룸이 즐비한 동네에는 재활용품을 버릴 때도 질서가 없다. 매일같이 재활용품이 넘쳐나고, 얌체처럼 더미를 헤집고 잔뜩 어지르면서 쓸만한 폐지나 공병을 가져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나와 동생은 재활용품을 헤집지 않기를, 누군가는 잘 포개 둔 폐지를 가져가기를 바라며 정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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