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열둘
보통 월요일 아침이 되면 연못가에 물을 주고, 물고기와 게의 밥을 챙겨줍니다. 밥을 먹는 물고기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물고기들은 밥을 주자마자 눈 앞에서 허겁지겁 먹어 치우거든요. 반면에 게는 바위틈에 숨어서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느샌가 보면 밥이 없어져있으니 비밀스럽게 나와서 먹는가 보구나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겨울인 데다가 보일러도 때워대니 연못의 물도 금방 마릅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대야에 물을 받아다가 채워 넣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중이라도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살펴서 먹이를 조금씩 더 주기도 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는 다른 선생님께서 게들이 있는 이끼와 바위틈에도 물을 뿌려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게들이 있는 곳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이 작은 연못은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실내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태계는 오롯이 인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수온을 체크하고, 수위를 맞춰주고, 수초가 많이 자라면 다듬어주고, 적당히 먹이를 주고, 수초들을 위해 햇빛도 조절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바지런을 떨어야만 자연의 꼴을 겨우겨우 맞출 수 있습니다.
연못에 비하면 지구는 훨씬 크지요. 그런 지구에서 이런저런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했습니다. 자연보다 문명에 의존하고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자연이 없다면 가능하지 못할 문명입니다. 아주 큰 착각이고 오만입니다. 햇빛, 달, 바람, 비, 눈, 태풍, 파도, 산, 흙, 나무, 계곡, 강, 바다... 샐 수도 없이 많은 자연들이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주고 있으니까요.
'미세먼지'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인간이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자연은 그것마저 품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따 뵙겠네요.
한걸음에 가겠습니다.
글 /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