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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Dec 19. 2021

회사가 구원이 될 수 있으려면

칼 뉴포트 《딥 워크》를 읽고

'지적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행정적 작업. 새로운 가치를 그다지 많이 창출하지 못하며, 따라 하기 쉬운 작업.' 저자가 정의하는 '피상적 작업'이다. 예컨대 웹 서핑이나 이메일 확인을 하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간단한 문구 수정 같은 업무가 있다. 피상적 작업의 정반대에 있는 개념이 바로 '딥 워크'다. 인지능력의 한계까지 밀어붙인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수행하는 작업으로, 모방하기 어렵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나는 길지 않은 경력의 직장인이지만 불만과 결핍을 몰입으로 해소한 경험이 적지 않다고 자부한다. 크롤링을 할 줄 모르던 당시 정부 부처 블로그에 달린 방대한 댓글을 하나하나 보고용 엑셀 파일에 이어붙이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인터뷰이의 수정 의견을 원고에 반영하면서도,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파이썬 코드의 오류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도 결국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면 다 관통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약간의 자신감과 성취감이 남았다. 이 점에서 몰입 즉 딥 워크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조직에서 성과를 내고 나아가 만족스러운 성장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그런데 딥 워크에 치명적인 '독'이 있다. 앞서 언급한 피상적 작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주의력은 체력과 마찬가지로 소모되는 역량이다. 업무 중간중간 무심코 메일, 메신저, 커뮤니티 등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우리의 주의력은 점점 떨어지는 중이다. 이 상태로 업무를 보는 습관이 몸에 배면 딥 워크는 언제까지고 요원해진다. 물론 피상적 작업으로 수행하는 업무가 중요치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늘 의식하며 피상적 작업을 최소화할 때 우리는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쥐고 사는 현대인들은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료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것을 저자는 반복해서 권한다.


자, 방해 요소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면 다음은 본격적으로 딥 워크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장소와 시간, 작업 방식, 보조 수단(e.g. 커피 섭취량) 측면에서 나의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루 중 얼마나 몰입해서 일하는지 그 시간을 체크해보는 것. 동시에 수시로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쳐내며 딥 워크를 향해 효과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계속 자문해야 한다. 결국은 딥 워크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관건이다. 대개 일반 직장인은 하루 4시간을 넘기기 어렵다고.


몰입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몸과 마음이 요동치는 시기를 보낸다 할 지라도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길든 짧든 버텨갈 수 있다. 윤종신의 노래 '워커홀릭' 중 한 구절과 통한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들이 내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돼, 놀라워'.


이직한 회사로 출근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나에게 《딥 워크》는 생존법을 정리해놓은 설명서로 읽혔다. 전 직장과 완전히 다른 직무여서 업무가 좀처럼 손에 익지 않는 듯하다. 가끔 걷잡을 수 없이 초조해지는 순간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몰입해야 할 업무가 명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희망을 채우기를 반복다. 입사 후 사내에 인사드려야 할 분들이 꽤 있어서 부쩍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됐다. 나의 딥 워크에 안부를 묻는 말이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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