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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안개가 끼면 어떻게 건너야 할까?

세계를 읽지 못하는 지도자는 미래도 읽지 못한다

by Purity and humility



세계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곁에 있다.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남부를 휩쓸었을 때, 그 바람은 멀리 떨어진 한국의 공장 기계 소리를 멈췄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삼았을 때, 그것은 작은 나라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질서에 던진 돌멩이였다. 말레이시아의 델타 변이 확산이 현대차 아산공장을 멈춰 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2025년, 세상은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은 적극 개입해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했다. 이 한 번의 군사 행동으로 유가는 폭등했고, 물류망과 금융시장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그 여파는 곧바로 우리의 생활비와 기업 원가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고율 관세, 대규모 세금 감면 등 자국 우선 정책을 숨 가쁘게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의 방향 전환은 곧 국제 무역 규칙을 다시 쓰는 일이다. 그 변화는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의 일상까지 파고든다.


이런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멀리 보고 깊게 읽는 시선이 필요하다. 당장의 풍경이 온통 안개일지라도, 그 너머의 지형을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능력. 그 안목을, 두 점의 그림이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카스파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 방랑자'>


첫 번째 그림은 1818년,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다. 높은 절벽 위, 한 남자가 안개 너머를 바라본다. 발아래는 불확실하지만, 시선은 멀리 뻗어 있다. 불안과 고독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지금 지도자에게 필요한 첫 조건이다.


2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jpeg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


두 번째그림은 1600년경,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의 소명〉이다. 어둠 속으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들고, 그 빛은 한 인물의 손끝을 비춘다. 마치 태양이 방향을 가리키는 듯한 순간. 그러나 그 손짓은 혼자의 결단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호흡하며 내려진 선택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기법으로 그려졌지만, 두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지도자의 힘은 혼자 멀리 보는 데 있지 않다. 많은 것을 바라보고, 사람들과 함께 길을 고르는 데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대가를 치러왔다. 그리고 지금도, 파도의 첫 물결이 이미 우리의 발목을 적시고 있다.


그럼에도 바란다.

이 물결이 우리를 삼키는 파도가 아니라, 더 넓은 바다로 이끄는 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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