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김경일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of Freedom>에서 한 주장이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은 가장 고결한 가치인 자유를 찾기 위해 엄청난 희생과 피의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자유를 찾고 났더니 다시 안정감을 그리워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바로 인간행동의 동기 중 일체감을 갖고자 하는 욕구, 그러니까 귀속감 때문입니다.'
'...세상은 경쟁하는 곳, 정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오랜 역사를 연구해 온 사람들은 저희 심리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당부합니다.
"...진짜 후손을 많이 남긴, 끝까지 살아남은 최고의 강자들은 그 검투사에게 박수를 쳐 준 원형 경기장의 힘없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없어 보이지만 가장 많은 자손을 남긴 사람들은 이타적인 사람이야.
이기적인 사람에게는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아. 그런데 우리 문명, 우리 인간 세계는 두 번째, 세 번째인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경우가 있었어. 바로 이타적인 사람이지."
'...내가 나에게 감탄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나 자신에게 감탄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도 나에게 감탄하지 않습니다. ... 문화적 성취가 나를 더 인정받게 만들거든요. 이는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초 사고 능력과 성격은 기질입니다. 기질은 20대가 되면서부터 필요한 리더십, 창조성, 통찰력, 지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정작 이때 중요한 것은 관점과 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사회성과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죠. ...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그 관계 속에서 타인과 나 그리고 삶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정말 모릅니다. ...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한 번도 그것의 작동원리와 구조를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수년 전 관심 있는 여러 강의와 책들을 통해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다짐을 한참 했던 때가 있었다.
이후로 여러 관계들 속에서 깨지며
건강한 개인주의를 지키며 넓게는 사회와 좁게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사는 것의 어려움을 더욱 느꼈고,
다짐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처음의 당돌함을 많이 잃은 게 사실이다.
예컨대, 나라의 법이 바뀐 덕에 불혹이라는 나이를 2년 간 준비하고
이제 정말 코 앞에 둔 나는
불혹이라는 나이가 싫다는 마음에서
미혹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로 마음이 바뀌었다.
정말이지 그렇다.
어릴 땐 마흔 쯤 되면 세상을 잘 읽고
멋진 조언을 툭 던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인생은 갈수록 오리무중이고
갈수록 모르겠다는 말을 훨씬 자주 하니까.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그런 자신이 부끄럽다고 여기던 내가
지금은 그만한 겸손을 마음 한복판에 갖고 불혹을 시작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말처럼
착각하지 말자는 앎에는 이르렀다는 안도감.
나는 아직 멀었다는 마음에 이렇게 안도해 본 것은
사십여 년 살아오며 처음이다.
이 마음에 확인 도장을 찍어준 듯했던 이 책 덕분에
지난했던 2023년과 시원하게 인사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도 수고할 나 자신에게
미리 안녕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