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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May 02. 2024

나로 하여금 늘 떠날 수 있게 하는 힘

조호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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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 실컷 하게 하고 나는 잘 쉬자며 떠나온 여행. 이사로 예산이 부족해 길게는 못 가도

떠나지 않을 순 없으니 적은 예산으로도 머물 수 있는 말레이시아에 왔지만, 그럼에도 타이트한 예산 속에 내 호기심을 양껏 채우며 쉼을 누리는 건 사실 불가능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내 마음에 진심으로 자리 잡게 된 생각 하나가 그 모든 걸 괜찮다 여기게 해 주었다.


 물리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부족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갈급함’이라는 힘이 늘 내 안에 있어, 내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일단 '길' 위에만 서면 완벽을 바라기 보다 결국 이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물론 매일, 매 순간 에너지가 가득한 건 아니다. 용기가 없어 책을 내진 못하겠고 몸에 기록이라는 습관은 배어 있으니 십 년쯤 플랫폼을 옮겨가며 글을 쓰고, 유튜브로 영상까지 만들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2년. 결과는 내려놓자 생각하다가도 때때로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떨 땐 꾸준히 나를 응원해 주는 몇몇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에 종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정이 뿜어지다, 또다시 무의미한 힘을 쓰고 산 것 같아 공허해져 종일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부여잡느라 지치는 날들도 있다.


 십수 년 비슷한 과정을 반복해오고 있지만 고맙게도 살다 보니 절로 쌓인 연륜이 나를 돕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이 여정을 진작에 놓아 버렸을 거다. 내 삶이 늘 봄처럼 환하고 달콤하진 않았지만 내 안에 힘도, 물리적인 상황도 늘 넉넉하지 않아 노력할 수밖에 없었기에 되려 ‘앞으로 전진’이 가능했다는 깨달음. 그 사이 뚝심 같은 게 차근히 쌓여 내 안에 작은 동력을 만들어 주어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있는 거다.

 

 그래서 이 여정이 나는 좋다. 머릿속에 항상 돌아가는 계산기를 켜두고 포기할 것과 강행할 것을 정하는 이 여정엔 쉼도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이를 위해 떼어둔 시간과 돈을 제외한 것 외에 나를 위한 것도 잊지 않으려 한다. 떠나는 날 다짐했듯이, 나를 위한 여행이기도 하니까.


 나에게 여행은 쉼이자 모험이자 활력이라는 것, 그 이상을 좇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준 여행. 이탈리아 여행 때 내가 아이의 수준과 발란스를 맞추려 애썼음에도 저도 모르는 걸 담느라 과부하 됐을 아이에게 바다와 운동과 쉼이 있는 여정이면 되리라는 생각을 하고 여길 온 내 마음이 옳았다는 생각도 이런저런 부족함에서 오는 아쉬움을 상쇄시켜 준다.


 이번에도 우리 여기에 오길 잘했다고, 나는 이다음 우리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다독인다. 이렇게 또 한 개의 확신 도장을 쾅, 마음에 찍어 둔다.


* 관련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U-WZMmAQWVc?si=CJObEumed2NXtc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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