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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인 Aug 22. 2023

학생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

'애가 의욕이 없는데 선생님이 동기부여 좀 해주세요.'


예전에 잠시 가르쳤던 한 학생의 어머님이 이런 부탁을 하셨다.


'선생님, 아이한테 동기부여 좀 해주세요. 애가 의욕이 없네요.'


좀 막막했지만.. 어머님의 바람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수업 전 20분의 설교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시작한 지 10초 만에 아이들 귓등으로 내 말이 통통통 튕겨져 나가는 게 여실히 보이는 것이다. 노트북 스크린 너머, 눈은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생각은 안드로메다를 떠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 후로도 거듭 시도해봤지만 먹혔던 적은 거의 없다. 좀 알아듣는 것 같다가도 1주일 뒤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 말주변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약간 시기 상조가 아닌가라는 염려가 들었다.




사실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봐도 매일 외국어를 아침저녁으로 읽는데 순수한 동기 따위 없었다. 그 좁은 시골에서 자라면서 내게 무슨 꿈이 있었을까? 없었다. 그냥 그 순간엔 마냥 즐거웠던 만화책 보고, 놀고, 그림 그리고, 티비 보고 틈만 나면 나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지속했던 딱 한 가지. 4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이 '외국어 낭독 습관'은 절대 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부모의 원칙 덕분이었다. 날 대신해 부모님이 대신 꿔주신 꿈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영어 중국어를 매일 읽다 보니.. 언제부턴가 실력이 많이 올랐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오면서, 나도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났다. 처음 영어 중국어를 시작했을 땐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흥미조차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외국어가 들리고 보이고 이해되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던 것 같다. 그때부터 스스로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험 상(내가 직접 배워보고 가르쳐본),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성공'이라는 목표를 주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 이르다. 사실 성공이라는 개념이 우리 어른도 쉽게 구체화하지 못하는 막연한 목표이기도 하고.


독서, 외국어, 운동. 모든 것에 가장 토대가 되는 이런 필수 교육은 아이가 힘들어해도 스스로 욕심이 생기고 흥미가 붙을 때까지 반강제적으로 좀 밀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최소 중학교 때까지, 아이들에게 어렴풋이 동력이 생기는 그때까지는 어른들이 총대 메고 끌고 가줘야 한다. 고등학생부터는 고집이 생겨 당장 자기가 납득되지 않으면 꿈쩍도 안 하더라.


그래서 난 학생들에게 수업 초반에 막 큰 꿈을 심어주진 않고, 매일 읽는 습관 길들이기에 더 힘쓴다. 확실히 지금 1년 반 넘게 가르친 아이들의 수업태도나 숙제 완수율이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걸 느낀다. 수업할 때도 애들 목소리나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생긴 것 같고. 내가 부여해주는 동기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도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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