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 가구들
가끔 장롱 먼지를 닦다가 걸레를 집어던지고 만다. 큰 덩치가 미련해 보이고 이리저리 이사 다니느라 귀퉁이 떨어져 나간 거 눈엣가시처럼 보기도 싫고. 작년에 이사하면서 오신 이삿짐센터 직원 분이 장롱을 보며 한마디 하셨다.
“요새 누가 이런 농을 써요. 사모님, 내다 버려요.”
그 말에 갑작스레 코끝이 시큰했다. 저렴하고 예쁜 농을 사러 하루 종일 발품 팔던 22년 전 칭구야와 내가 첫눈에 반한 아이보리 색 농. 농을 들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만지며 나는 꿈꿨다.
'잘 살아야지.'
설었던 다짐을 꼭꼭 눌러 담았다.
나의 가구들은 내 삶 속에 고대로 들어앉아 내 기쁨을 내 아픔을 다 듣고 있었겠지. 우리 가족의 세월의 결을 그 흔적을 속속들이.
푹 꺼진 낡은 소파는 새 천을 씌워주고 바스러진 농 귀퉁이는 아크릴 물감으로 대강 덮고 표면이 가칠해진 식탁은 바니시를 칠해주며 데리고 살고 있다.
나의 반려 가구들.
내 관절에서도 그 녀석들에게서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 그 연대감을 차마 어쩌지 못한 채 함께 나이 들고 있는 누덕누덕 가구들과 나는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