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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백 자판기 Jul 10. 2022

[김해 찻집] 금란다원 여름 다회 <시절 인연>

섬세한 배려가 담뿍 담긴 찻자리


섬세한 배려가 담뿍 담긴 찻자리
한 번 참석하시면 차의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 거예요

백모단과 키위요우캉

  <다회>라는 단어를 보시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 같은 경우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어여쁜 디저트와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멋진 풍경과 함께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차에 어울리는 디저트도 한 입 먹고, 그러다 주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저는 서울에서도 찻집과 찻자리를 취미 삼아 찾아다니는 편인데요, 이번에 김해에도 좋은 찻집이 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다녀와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른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금란다원>에 들리기 위해 김해까지 가도 후회 없겠다 싶은 만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어요. 다회에 대한 로망이 있으셨던 분, 차에 대해 호기심은 있지만 어떻게 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셨던 분, 김해 혹은 부산까지 왔는데 조금은 독특한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 등등 최대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금란다원>의 다회 "시절 인연" 후기, 지금부터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드리겠습니다.



<시절 인연> 다회 구성
차 3종
디저트 2종
향 2종
+ 식사
참석자 이름이 적혀있는 다회 구성표
다회 구성표 상세 내용

  처음 자리에 앉으면 정성스레 준비된 첫 번째 다과와 함께 제 이름이 적혀있는 다회 구성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회 구성표를 보면 차 3종과 디저트 2종이 적혀있는데요, 이 차들과 함께 어떤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는지 적혀있습니다. 다회 참석하면 항상 어떤 차를 마셨는지 기억하려고 노션에 따로 적어두곤 하는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편했어요. 더군다나 제 이름이 적힌 구성표가 놓여 있으니 참석자 한 분 한 분을 모두 신경 쓰신 게 느껴져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첫 번째 코스
- 백차 백모단과 키위요우캉
백모단(중국 운남성 경곡 대백차 2012)
백모단 찻잎과 키위요우캉

  처음 맛보게 된 차와 다과는 <백모단(2012)>와 <키위요우캉>이라는 일본식 푸딩이었어요. 백차를 노차로 마신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은데, 깔끔하면서도 조금은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 게 목 넘김까지 참 좋은 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 중 하나가 "백호 은침"이라 "백모단"이 나온다고 했을 때 조금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오늘 날씨가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서 조금 더 묵직함이 있는 차를 준비해 주신 게 아닐까 싶었어요. 막상 오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당황스러우리만큼 날이 맑아서 응? 하긴 했지만 덕분에 노차 백차의 매력을 알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함께 주신 <키위요우캉>은 수국으로 장식까지 되어있어서 먹기가 아까울 만큼 이뻤어요. 계피 향과 키위의 단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차와 참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습니다. 달달함도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안달 지도 않게 적당하게 달아서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어요.



두 번째 코스
- 침향과 우롱차, 육계 그리고 일본식 밤율란
우롱차 암차 <육계>(2020) 포인트는 차판 위에서 "안녕" 하고 있는 꽃게씨
일본 향당 인센스 스틱 <가라 대관>

  백차를 다 마실 때쯤 되자 우롱차 암차 <육계>(2020)를 준비해 주셨어요. 이때 향 페어링으로 일본 향당 인센스 스틱 <가라 대관>을 피워주셨습니다. 향과 함께 차를 본격적으로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라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차를 내어주실 때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함께해 주시는데 이번엔 향에 대한 설명도 함께해 주셨어요. 개인적으론 역사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데, 차에 대한 역사뿐만 아니라 향에 얽힌 야화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육계>는 확실히 백차보다는 조금 더 무겁고, 목을 자극하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한 차였습니다. 독특한 건 미네랄이 서울에서 차를 마실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어요. 전에도 분명 <육계>를 마셔보았는데 왜 다를까 고민해 보니 이곳에서는 차 끓이는 물을 지하수로 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공주 햇밤으로 직접 만드신 <일본식 밤율란>

  우롱차와 함께 페어링 된 다과는 공주 햇밤으로 직접 만드신 <일본식 밤율란>입니다. 이걸 만드시느라 매일 도토리처럼 밤을 까신다고 하시는데, 너무 힘드시겠지만 계속해주셨으면 할 만큼 맛있는 다식이었습니다. 먹는 순간 맛있게 깐 밤을 거슬림 하나 없이 한가득 입에 머금는 느낌이었어요. 우롱차와의 페어링도 좋았지만 보이차와의 페어링도 맛있었겠다 싶어 보이차와 함께 한 번 더 주문해 보고 싶은 디저트였습니다.



쉬어가기
- 식사 : 김치찜과 야채볶음
맛있게 만들어진 김치찜과 야채볶음

  알고 보니 <금란 다원>의 다회에서는 식사가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식사 메뉴는 사장님(팽주님)께서 직접 고르시는 게 아니라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는 사장님도 모르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 나오게 된 메뉴는 차갑게 식힌 김치찜이었어요. 한 입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뒤에 점심 약속이 있다는 것도 잊고 다 먹어버릴 뻔했습니다. 원래 다회에 식사 코스는 없었는데,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멀리서 오시는 손님도 계신데 빈속으로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서 생긴 코스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도 느껴지는 듯해서 더 맛있게 느껴진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코스
- 다즐링 럼하이볼과 백단향
독특한 향로와 함께 피우는 백단향
다즐링 럼하이볼

  마지막 코스는 티 칵테일 <다즐링 럼하이볼>과 훈연식 <백단향>이었어요. 식사 이후 남은 냄새를 빼내기 위해 조금 강하게 향을 피워주셨는데, 처음엔 향이 안 나는듯하다가 나중엔 그윽하게 확 퍼져서 신기해했어요. 향도 참 좋았는데, 사장님께서 이야기해 주시기론 이 향을 구현하고 싶어서 만들어진 향이 샤넬 No.5였다고 해요. 샤넬 No.5를 시향 해본 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샤넬 No.5를 시향 해보면서 금란 다원에서 맡았던 향을 떠올려봐야겠어요.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마신 차 <다즐링 럼하이볼>은 마지막 코스로 참 좋은 차였습니다. 식사 이후에 아무래도 입이 텁텁해져 있었는데, 단맛과 로즈마리, 둥굴레 잎으로 어우러진 향이 차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시원하게 입가심할 수 있었거든요. 여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맛이었어요.



다회를 경험해 보시기 위해 김해까지 들려도 아깝지 않은 찻집


<금란 다원> 다회를 즐기기 위해
김해까지 오셔도 좋아요
입문 다회로 강력 추천합니다

금란다원 외관, 다회가 아니더라도 차를 마시기에도 좋은 찻집이다

  김해까지 온 김에 다회까지 즐기고 가자는 마음으로 들린 찻집이었지만, 막상 오니 시절 인연 다회를 즐기기 위해 김해까지 와도 아깝지 않겠다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정성스레 준비된 구성표부터 다식, 티 칵테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식사까지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다 자연스레 함께 참여하신 분들과도 도란도란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들도 <시절 인연>이라는 다회 이름에 맞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흐뭇했습니다.

  아쉬운 점을 조금 말하자면, <금란 다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차들이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차들을 마셔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예를 들어 <금란 다원>은 금강송으로 지어진 나무집인데 이곳에서 숙성한 보이차의 깊은 맛은 다른 곳에서 숙성한 차 맛과는 또 다르다고 해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보이차를 참 좋아해서 어느 찻집에 가서 건 보이차는 꼭 시켜보는 편인데 이곳의 보이차는 또 다르다고 하니 꼭 맛봐야겠다! 했는데 이번 코스 구성엔 보이차가 없더라구요. 차 구성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제가 갔을 땐 암차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날씨라 보이차는 빼졌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지만 내심 조금 시무룩해져서 다음번엔 꼭 보이차를 마셔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차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도 구입 가능하다 // 2층에선 별도 프로그램 신청 없이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몰랐지만 김해는 장군차가 참 유명하다고 해요. 발효차로 매번 국내에서도 일 순위로 손꼽히는 차라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서 놀랐습니다. 어쩐지 김해에 찻집이 참 많더라구요. 김해 오시는 일이 있다면 장군차도 어디에서든 한 번 꼭 맛보시길 바랍니다.

  <금란 다원>에서는 오늘 간 다회 말고도 따로 또 다회 요청을 드릴 수도 있고, 일본식 다도 체험도 있고, 티코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예약 프로그램 이외에도 그냥 편하게 들려서 차만 마시고 가시는 것도 가능하구요.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방문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김해에 올 때마다 한 번씩 들려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가야겠다 싶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저의 소중한 다우들과도 함께 올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색다른 김해 여행지를 찾으시는 분들께, 다회가 궁금하신 분들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께 <금란 다원> 강력 추천드립니다!



금란다원 상세 설명

- 주차 가능


- 운영 시간 

        - 11:00 ~ 21:00

        - 매주 월요일 휴무


- 네이버 예약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예약 가능 

    - 다회 <시절 인연>

        - 1인당 3만원

        - 주말 10:30 ~ 12:30 (약 2시간 코스) 

    - 일본식 다도 체험

    - 티코스


  - 자유 방문 가능 

    - 차보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커피 주문도 가능합니다      


  - 인스타 주소 

    - @twiny2k

    - https://www.instagram.com/twiny2k/?igshid=YmMyMTA2M2Y%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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